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인사들이 잇따라 고금리 지지 발언을 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은행 총재는 “다음달 FOMC 회의 때 미국 경제가 9월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면 나는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에서 대표적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도 “나는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지만 인하 역시 마찬가지”라며 “동결을 원하며 오랫동안 지금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같은 Fed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 나오자 월스트리트는 요동쳤다. 당장 미국 국채 금리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연 4.8%를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른 나라 국채 금리도 급등세를 보였다.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2.9720%로 2011년 유로존 재정 위기 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국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그동안 금리가 곧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자신했던 월가는 더욱 불안한 모습이다. 채권 가격 급락은 ‘제2의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공포마저 키우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고금리 상태가 예상보다 길어진다는 전망은 어쩌면 당연하다. 미국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한국도 환율이 급등했고 주가는 급락했다. 이런 상태에서 금융당국이 금리를 낮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금리가 올라갈 위험까지 있는 상황이다. 현재 한미 간 금리 격차는 2.0%포인트로 벌어져 있는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우리나라도 자본유출을 우려해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금리 환경에서 가장 치명상을 입는 곳 중 하나가 건설업계다. 높은 금리는 부동산경기 침체를 불러오고 이는 건설업계의 수주 부진과 이자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이같은 우려를 증명이라도 하듯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9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61.1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월보다 9.4포인트 떨어졌는데, 2020년 1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앞으로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급격하게 많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더욱 큰 문제는 일이 더 커져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터져 건설사와 증권사, 2금융권을 연쇄적으로 흔들리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30조3000억원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133조1000억원으로 2조8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1.19%에서 2.17%로 뛰었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연체율이 지난해 말 10.38%에서 17.28%까지 폭등했다. 새로운 사업장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으로 대출만 연장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부실 규모는 더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정부는 이달부터 부동산 PF 자금 경색을 해결하고자 21조원을 웃도는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제 정부만 믿고 있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건설업체들도 고금리 시대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가정을 염두에 두고 자구책을 세워야 한다.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경 쓰고, 효율적인 현장관리를 통해 불필요한 비용의 누수도 막아야 한다.

PF 부실 뇌관이 터진다면 그때는 건설업체만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 금융권, 더 나아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면 수습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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