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계약법 제5조제1항은 ‘계약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체결돼야 하며, 당사자는 계약의 내용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행해야 한다’고 계약법의 기본원칙을 다시 한번 선언하고 있다. 동법 제5조제3항은 더 나아가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또는 조건을 정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계약법 제19조는 계약을 체결한 다음 물가변동, 설계변경, 그 밖에 계약 내용의 변경으로 인해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계약 내용의 변경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일반 계약법 체계에 비춰 다분히 정책적 결단을 담은 내용이다.

하지만 일부 발주기관이 계약체결 과정에서 특수조건으로 물가변동 계약금액조정을 배제함을 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계약조건이 상호합의에 따른 것이지만 실제 진정한 ‘합의’와 거리감이 있다는 게 일반적 인식일 것이다.

철도, 에너지 등 분야에서는 공공 발주기관이 시장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차량이나 터빈 등 주요 장비 품목도 존재하는데, 앞서 언급한 물가변동 계약금액조정제도에 따르면 수년간의 제작기간 중 수입 핵심부품의 가격 등귀 등으로 인한 원가 부담요소를 일정한 수준에서 보전하는 것이 가능하나, 이를 특약으로 배제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대법원은 환율변동에 의한 계약금액조정 배제 특약의 효력을 인정한 바 있고(2012다74076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경제발전에 따라 일반적으로 상승하는 물가의 특성을 이유로 물가변동 계약금액조정 배제특약은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고등법원 원심 판결을 파기한 판단을 한 바도 있다(대법원 2018. 11. 30. 선고 2014다233480 판결).

대법원은 기본적으로 공공계약은 사적자치가 적용되는 사법(私法)계약 관계이며 계약자유의 원칙상 물가변동 계약금액조정 배제특약의 효력을 함부로 부인할 것이 아니고, 동 사안이 공급업체가 국내 유일의 해당 품목제조업체로서 발주처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할 위치에 있지 않은 등 ‘계약상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한 사례로 보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국제 무역분쟁 등으로 원재료 등의 가격 앙등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이러한 ‘물가변동 계약금액조정 배제특약’의 유지는 계약상대자의 일방적 희생이 불가피해 점점 설득력이 적어질 만한 근거가 나타나고 있다.

먼저 2019년 11월, 국가계약법 제5조제3항에 따른 부당한 특약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며 공정거래 확립을 적극적으로 선언하고 있는 동법 제5조제4항이 신설됐다. 개정안은 2021년 7월부터 시행됐는데, 이 기간 이후 체결된 계약 건에 대해서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이뤄질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납품대금 연동제가 10월부터 시행됐는데, 이러한 내용은 국가계약법상 물가변동 계약금액조정제도를 배제하는 특약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사회적 공감대를 입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공공시장 공정거래의 개념을 입찰담합 등 공급업자의 공정경쟁 저해 행위 방지에 집중하고 있으나, 독점 수요자인 발주자의 공급업체를 상대로 한 계약조건의 공정성 제고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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