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문명과 산업의 발전 역사에서 삶의 편의를 제공해 온 이동수단과 에너지 생산수단, 제품 생산수단 등은 물리적인 기계 장치에서 시작됐고 지속적인 개발과 동시에 다양한 분야에 적용됐다. 우주산업에 적용되는 많은 첨단 장치와 장비, 바이오 분야에 적용되는 시험 및 분석 장비, 에너지와 환경, 반도체 산업, 전지개발 등에 적용되는 기계 설비 등 전 분야에 걸쳐 개념 정립과 설계, 제작, 운영 등의 경험을 통해 발전해 온 것이다. 이러한 발전의 근간이 엔지니어링, 특히 전통 엔지니어링이다. 

온도와 압력, 유량 등을 다루는 기술과 인간의 오감을 극복하려는 감지 기술과 계측기술을 확보하고 에너지와 제품 등을 생산하고 다루는 플랜트, 새로운 첨단 재료 기술, 농업과 식품의 효율적 생산을 위한 주요 생산 기술, 우주 탐험을 위한 기반 기술, 각종 이동수단에 적용되는 기술, 지구환경을 개선하고 유지하기 위한 기술, 건물 및 도로 등의 사회적 인프라 구축 등은 모두 전통적인 엔지니어링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우주, 바이오, 디지털, 양자, 에너지나 환경산업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요즘에도 각 산업마다 선결돼야 하는 기술적 난제들이 늘 존재한다. 지금까지도 그 난제들은 자연의 법칙을 기반으로 해 많은 개발 및 운영에 대한 경험을 통해 해결돼 왔지만 결국은 엔지니어링 기술의 한계에 부딪혀 난항을 거듭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통적인 엔지니어링은 그 기술의 주기가 매우 길어 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학습, 경험의 축적이 필수적이다. 국내의 반도체와 자동차, 원전산업 등 기술의 선진화와 수출이 그 성과의 한 예이다. 그렇지만 그 성공의 예에서도 반도체 생산에 있어 공기 압축기와 같은 전통적인 엔지니어링 기술의 한계들은 국내 산업 전반에 여전히 많이 존재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산업에서 공통기반기술로 적용되는 전통적인 엔지니어링에 대해서는 시장 규모의 한계와 제도적 분류상 영역에 대한 자리매김의 어려움과 더불어 그 성과 창출의 더딤이 걸림돌이 돼 민관 모두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투자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시절 엔지니어링은 국가의 경제성장과 고용 창출 측면에서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특히 2010년대 중반까지 엔지니어링산업은 국가 GDP 측면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했다.

이러한 엔지니어링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가장 먼저 우수한 학생들의 선발과 교육, 훈련이 전제돼야 한다. 우수한 인재가 특정 분야로 우선 선발되는 교육 및 사회 제도의 개선이 정말 시급하다.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산업과 전통 엔지니어링 분야와의 협업을 장려해서 다학제적인 접근을 통한 도전적 기술개발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많은 연구자와 엔지니어들이 전공과 관련해 본인과 기술개발에 장기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하나의 주제라도 다양한 팀을 통해 각각 다른 관점을 수렴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야 하고, 국내외 기술 표준과 인증의 현행화 및 미래를 위한 선행적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챗GPT의 광풍으로 미래의 산업발전과 더불어 미래의 직업 또한 어떻게 자리매김할지 불확실하다. 양자컴퓨팅이 일반화되면 그 변화는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리적 엔지니어링, 즉 전통적인 엔지니어링 기술발전이 동반되지 않으면 산업 전반의 기술발전과 직군별 인력구조에 있어 불균형을 초래하고 난관에 쉽게 봉착할 수 있다. 

엔지니어링은 급변하는 산업 전반에 걸쳐 공통적인 근간을 이루고, 새로운 산업전환 시대에서도 굳건한 기초를 제공하는 시금석이다. 또한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의 기술 진보를 이루기 위한 지속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무한한 가치를 가진 확실한 투자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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