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메가 시티’가 화두다. 수도권 일부 지역의 서울권 편입이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순망치한’ 즉, 이와 입술 관계이다. 전략적 보완 관계라는 뜻이다. 서울 때문에 수도권이 성장했고, 수도권 때문에 서울은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었다. 그 지역별로 서로 기능이 다르기에 같은 도시 권역으로 묶여도 나쁠 게 없다. 좋을 건 있다. 바로 도시규모가 커져 나타나는 이익 즉, ‘집적이익’이다. 행정구역 조정 여부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선택일 것이다. 

지금 메가 시티 논란은 ‘몰림과 쏠림’ 현상 때문이다. ‘몰림과 쏠림’은 자연스럽다. 그로 인해 거대도시가 만들어지고 집적이익이 실현된다. 한국에서 그 몰림과 쏠림은 서울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짚자. 집적이익은 뭘까? 쉽다. 몰림과 쏠림의 결과 얻어지는 이득이라고 보면 된다. 더 쉽게, 서울과 시골을 떠올려보자. 당신은 어디에 살고 싶은가? 서울일 것이다. ‘전원일기’를 상상하며 시골에 살고 싶다고 말할 수 있겠다. 실은 시골에 ‘살고 싶다’는 뜻이지 ‘살겠다’는 다짐이 아니다. 이유가 있다. 궁벽 진 시골보다 메가 시티 서울에 살면 좋은 게 많아서다. 

집적이익은 큰 경제효과로 이어진다. 시장 확대에 따라 보다 큰 이윤창출 기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그 경우 경제주체들은 더 노력할 유인이 발생하고, 그 노력이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신지식은 메가 시티에서 만들어지고 메가 시티를 통해 더 빨리 전파된다. 실증분석을 해보면, 메가 시티의 생산성과 임금수준이 높다. 하버드대 에드워드 글레이져 교수 말대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도시일 수도 있다. 

메가 시티는 현실이다. 신성장 동력을 위해선 한국엔 경제의 신개념이 필요하다. 바로 ‘메트로 이코노미’이다. 메트로 이코노미는 필자가 만든 말이다. 메트로라는 말은 ‘메트로폴리탄’의 준말이다. 메트로는 거대도시를 표현한다. 뒤져 보라. 메트로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예를 들면 ‘서울 메트로’는 서울 지하철 공사의 이름이다. 메트로 이코노미는 몰림과 쏠림을 통한 ‘동적(dynamic) 자동조정’을 강조한다. 몰림과 쏠림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다. 

아담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르도는 ‘보이지 않는 손’과 ‘비교우위’를 강조했을 뿐 공간 또는 입지를 고려하지 않았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별로 ‘경제적 외부성’이 다르게 작용할 수 있음을 간과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살기 좋은 곳으로 몰린다. 미국에선 캘리포니아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살고, 캐나다에선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쪽 국경에 인구 80% 가까이가 몰려 산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분리하자. 몰림과 쏠림은 다르다. 몰림이 과도해지면 쏠림이 된다. 몰림은 자연스럽지만 쏠림은 위험할 수 있다. 부작용도 있다. 그 쏠림의 소용돌이가 휩쓸고 간 흔적이다. 바로 소멸을 앞둔 지방의 모습이다. 지금 한국에 균형발전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유다. 

메트로 이코노미는 경제 신개념이다. 몰림과 쏠림을 동력으로 파악한다. 이제 현실을 생각할 때다. 하나 더 지적하자면, 지방을 파편화시킨 그 소용돌이는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차라리 그 소용돌이가 일으키는 에너지를 역으로 이용할 때다. 지방발전을 외친다면 지방분권 말고 메가 시티다. 그 둘은 다르다. 쉽게 설명하자면, 지방분권은 정치고 메가 시티는 경제다. 지방엔 정치보다 경제가 필요하다. 실은 경제 시스템이 더 필요하다. 그 시스템을 위해 도시규모 최소 단위가 바로 메가 시티인 것이다. 

권역별로 핵심부 도시규모를 더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핵심부를 중심으로 주변부가 돌면서 미력하나마 동력이 발생한다. 그게 바로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진다. 메가 시티는 인구를 끌어모아 단순히 양을 키우자는 것이 아니다. 권역별로 경제 시스템을 작동케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권역별 거점도시의 ‘기능’ 발휘가 필요하다. 지금 지방소멸 문제는 권역별 거점도시 즉, 핵심부 도시들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그 결과 그 주변부 도시들이 강력한 서울권 자장으로 끌려들어 가버리는 것이다.

강조하지만 한국의 신성장동력은 양이 아니라 시스템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권역에서 핵심부 도시를 중심으로 그 주변부가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핵심부 도시의 중력이 보다 커져야 할 이유이다. 소용돌이의 에너지를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게 바로 메트로 이코노미가 지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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