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에 대해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세 가지 전제 조건을 바탕으로 해 중대재해처벌법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이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중소기업 공동교섭권 관련 법안도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와 함께 처리하겠다”고 했다. 세 가지 조건은 △지난 2년의 유예기간 동안 관련 일 처리를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 △산업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재정지원 방안 △2년 연장 후 중대재해처벌법을 모든 기업에 적용한다는 경제단체의 확실한 약속이다.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 확대를 앞두고 여당인 국민의힘과 중소기업계가 법 적용 유예를 주장하는 가운데 홍 원내대표의 발언이 나온 것은 고무적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의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의 중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월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영세사업자 부담 등을 이유로 2년이 유예돼 내년 1월27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유예 연장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전문건설사 781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 안전 관리체계 구축, 인력·예산 편성 등의 조치를 한 기업은 전체의 3.6%에 그쳤다. 나머지는 별다른 조치 없이 종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문건설사들의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준비가 미흡한 이유는 ‘방대한 안전보건 의무와 그 내용의 모호함’이 67.2%를 차지했고, 이어 ‘비용 부담’(24.4%), ‘전문인력 부족’(8.4%) 등의 순이었다.

전문건설사 과반(51.5%)은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답했다.

예정대로 내년 1월에 법이 시행되면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적용하면 중소기업계의 경영난은 가중될 것이 자명하다.

더욱이 법 규정이 불명확하고 의무 사항도 복잡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회사 운영을 사업주 개인에게 의존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사업주가 형사처분을 받으면 경영난으로 폐업할 가능성이 크다.

원내 제1당 사령탑인 홍 원내대표가 조건을 달았으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에 전향적 자세를 보인 것은 긍정적이다. 국회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 개정안을 지체 없이 처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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