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색 전문건설인 - 주희정 디자인창조(주) 대표

여성 기업인들의 산업계에서의 활약이 매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기준 기업 대표가 여성인 비율은 무려 10곳 중 4곳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 270만 여성 대표시대를 열었다. 건설업도 여성의 불모지 중 한 곳으로 꼽혔던 과거와 달리 건설업계 내 여성 진출 비율과 활동이 크게 늘고 있다. 실내건축공사와 습식방수공사, 도장공사, 석공사 등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건설사 대표이자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세종충남지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주희정 디자인창조㈜ 대표를 만나 여성 기업인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 전문건설업체 대표와 여성경제인협회장 등 맡은 역할이 많습니다. 1인 다역에 대한 부담은 없으신지?

“여성경제인 세종충남 지회장과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원 활동 외에도 방수학회, 건축시공학회, 대한건축학회, 리모델링충청지회,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 법사랑 복지분과위원 활동 등 관여하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제가 제일 자신 있는 게 부지런하게 공부하는 것이다 보니 지금까지 공학박사 취득 그리고 사업 관련한 모임 혹은 아침 조찬 강의 등에 12년째 시간을 쏟고 있어요. 몸은 고되지만, 하루하루 이런 노력이 쌓여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공부가 되는 자리라면 마다하지 않고 나가고 시간을 투자할 생각입니다.”

- 여성 대표로 사업을 이어오면서 고충도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저는 여성 기업인들을 만나면 더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매번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도 남편이 이직하면서 고향인 여수를 떠나 여기 충남 아산에 갑작스럽게 자리 잡게 돼 학연, 지연 아무것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때 깨달은 게 실력이 답이구나였죠. 건설업은 특히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니 좋은 직원을 두고,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눈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여성 기업인들의 환경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필드에서 느끼는 현실은 어떠신가요?

“과거보다는 좋아졌겠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설업을 예로 보면 여성 기업인의 경우 1억원 미만의 수의 계약을 허용해 주고 있는데 이마저도 현장에서는 제대로 따내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또 공공기관의 여성기업에 대한 의무 공공구매 비율이 건설의 경우 물품이나 용역과 달리 현재 3%이지만 미국, 일본처럼 5%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도 생각됩니다. 특히 여성 기업이 건설 분야에 적극 진출 할 수 있게 제도가 뒷 받침 되려면 법으로 정해진 기존 공공구매 비율도 잘 준수돼야 합니다. 이런 부분의 개선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고, 점차 좋아질 거라 믿고 있습니다.”

- 여성 대표뿐만 아니라 근로자들도 최근 많이 늘어났습니다.

“최근에 산업인력공단에서 기능인 대회를 했는데 4일간 목공파트 감독을 맡았었어요. 거기서 1등 한 친구가 여성 기능인이 있었는데 진짜 잘하시더라고요. 바로 우리 현장 소장님께도 말해서 여러 현장에서 같이 일도 하고 있어요. 지금 숙련공분들이 너무 나이들이 많으셔서 현장에서 애로사항이 많은데 이런 친구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현재 사업을 대를 이어 운영하실 마음이 있으신가요?

“제 삶을 돌아보면 여성 기업인이라는 거에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고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지만 자녀들에게 물려줄 거냐는 질문에는 솔직한 마음은 아니라고 답하고 싶어요. 특히 건설업은 아침 일찍부터 현장을 다녀야 하고, 전국 현장 이동도 있을 텐데 육아 등 여러 여건상 여성이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솔직하게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 저희 딸이 디자인과를 졸업해서 저랑 같이 일하고 있어서 현실적으로는 물려 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조금 더 좋은 환경을 갖춰주고 은퇴하고 싶어요.”

◇디자인창조 전경
◇디자인창조 사옥 전경

- 사업을 하시면서 이런 부분은 꼭 개선돼야 한다 이런 게 있을까요?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보고 무분별하게 난립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런 부분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설업을 보면 수의계약 1억 허용이라는 특례를 노리고 여성배우자, 처제, 여동생, 딸 등의 명의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케이스도 있거든요. 진짜 기업을 운영하고 잘해보고 싶은 여성들이 성장하려면 이런 편법은 사라져야 한다고 믿어요.”

- 여성기업인으로서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게 있으신지?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국내 문화 속에서 여성 기업인들이 더 활약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게 나라에서 돌봄을 실질적으로 책임져 준다든가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거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여성 기업들이 더 많이 생겨나고 성장도 할 거라 믿어요.”

- 전문건설업 등 여성 기업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무조건 실력을 키우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이제는 기술을 기반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시대가 됐거든요. 여성이니까 지원해주세요 하는 시절은 끝났다고 봐요. 우리 여성들도 더더욱 실력으로 승부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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