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에 대해서 민간연구기관에서는 약 1.2% 내외, 정부에서는 1.4%로 1%대를 전망하고 있다. 한국경제 역사상 1960년 이후로 경제성장률이 2% 미만에 머물렀던 해는 대규모의 경제위기가 있었던 1980년(-5.1%) 1998년(-1.6%) 2009년(0.8%) 2020년(-1.7%) 등 네 번뿐이었다.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다섯 번째로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초저성장의 배경에는 중국 경제의 위축으로 우리 수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됐고, 고금리·고물가로 소비와 투자의 내수 시장이 활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2024년 경제 상황은 2023년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개선이라는 말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비교 시점이 2023년이기 때문에 ‘개선’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제 연구기관에서는 2024년 경제성장률을 2.0~2.2% 정도로 보고 있다. 이는 세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 2023년 경제성장률에 대한 예측이 1%대 초중반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인 반등 효과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2024년은 3% 내외는 나와야 한다. 숫자상으로는 경제성장률이 높아지지만 2024년의 실제 모습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는 것이 맞다. 둘째, 정부 기관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은행마저도 2024년 경제성장률은 2.1%로 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자칫 외부의 작은 경제 충격에도 올해와 같은 1%대 경제성장률이 재현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한국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올해와 내년의 경제성장률이 1~2%대인 것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일반적인 모습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통상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은 큰 경제위기 직후로 급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2003~2008년)의 기간 동안 연평균 4.5%에서 금융위기 이후(2011~2019년)의 기간에는 연평균 2.9%로 하락했다. 나아가 IMF의 최근 자료(World Economic Outlook, October 2023)의 전망치에 따르면 코로나 경제위기 이후(2022~2028년)에는 연평균 2.2%에 그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한 전망의 기저에는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결정적 요인들이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급감, 즉 일할 사람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19년을 정점으로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줄기 시작했다. 생산가능인구는 2019년 3763만 명에서 불과 4년 만인 2023년에는 3637만 명으로 126만 명이나 감소했다. 나아가 2050년에는 2019년 대비 1344만 명이 감소한 2419만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50년을 기준으로 할 때 일할 수 있는 연령대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1%에 그친다.

두 번째로는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고정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무리 낮아도 30%를 상회했으나, 지금은 28~29%대로 낮아졌다. 반면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980억 달러에 불과했던 우리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2022년 6476억 달러로 6배 이상 급증했다. 국내 투자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노동과 자본은 성장잠재력의 핵심이다. 이 두 가지 생산 요소가 고갈되고 있다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희망적일 수 없다. 

최근 정부가 ‘역동 경제’라는 키워드를 들고나온 것도, 바로 가만히 놓아두면 한국경제가 성장잠재력 고갈로 초저성장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구체적인 방법을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니다. 상당히 오래전부터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고갈될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돼 있다. 예를 들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고,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방안들이 나와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건대 우리가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쩌면 노동력과 투자라는 생산 요소를 확충하는 것에만 급급한 나머지 국민들이 그리고 기업들이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없었던 것 같다. 그 동기라는 것은 경제 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고소득이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경제 내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산업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그에 따라 혁신이라는 동력이 사회를 움직이는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역동 경제로 가고자 하는 해답은 인구수나 투자 규모가 아니라 바로 활력이 넘치는 사회로 가고자 하는 우리 스스로의 의지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