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인천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은 공공 분야 전반을 강타한 이슈로 다시 부각됐다. 몇 번째인지 세기도 힘든 LH 혁신은 이미 시작부터 김이 빠져 있었다. 2021년 3월 LH 직원들의 땅 투기 논란 이후 정부는 해체에 준하는 혁신을 공언했지만, 실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L과 H를 분리하겠다는 기발한 발상은 당시 여당 의원조차 법 개정안을 발의하지 않아 유야무야 사라졌다. 

이번에는 전관예우가 문제가 됐다. 설계와 감리의 부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사람도 살지 않은 아파트 주차장이 무너져 내렸으니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화살은 전관예우로 향했다. 정부도 전관예우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지만,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발표 당시부터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부터 LH를 퇴직하면 관련 업무는 하지 말고 치킨집만 하라는 것이냐는 비판까지 다양했다.

이런 비판이 쏟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해봤다. 전관예우의 문제는 전관일까, 예우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수십 년 쌓은 경력과 노하우를 활용하는 ‘전관’의 문제보다 이를 불공정하게 대우해주는 ‘예우’의 문제일 것이다. 같이 일했던 동료나 선후배라는 이유로 특혜를 주고, 업체는 로비를 고려해 능력보다는 경력을 우선시해 채용하는 ‘예우’가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책은 잡기 힘든 예우보다는 당장 눈에 드러나는 전관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 2급 이상 고위전관이 취업한 업체는 LH 사업에 입찰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겠다고 했다. 그것도 LH 설계와 시공은 조달청에, 감리는 국토안전관리원에 이관하면서도 전관이 취업한 업체의 입찰을 막겠다는 것은 전관은 관련 업계에 취업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민간과의 경쟁을 통해 LH 혁신을 유도한다는 구상은 참신하면서도 실효성은 있을까 의문이 든다. 수익이 나는 시장을 안일하게 LH가 독점하고 있었다면 해법이 될만하다.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즉 가격은 낮추면서 품질 좋은 주택을 공급해 LH를 긴장하게 할 수 있는 민간이 얼마나 있을까. 또, 개인에게 그만큼의 보상도 주어지지 않은 공공기관에서 경쟁을 한다고 민간처럼 혁신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이 외에도 감리를 건축주나 건설사가 아닌 허가권자인 지자체가 선정하도록 한다거나 제대로 된 감리의 대가를 산정하게 한다는 등의 정책도 발표했다. 고민의 흔적은 느껴지지만, 감리업체는 지자체에는 로비를 안 한다는 것일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이번 만큼은 LH를 바로잡겠다고 목소리를 키웠던 몇 달 전을 되돌아보면, 이번 대책은 용두사미로 보인다. 법과 제도에 의해 움직이는 공공기관은 정부의 대책 발표가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이 김빠진 혁신안이 아닌 마지막 혁신안이 되기 위해서는 대책 발표에만 심혈을 기울여서는 안 된다. 좋은 인재를 선발하고, 제대로 된 성과를 인정받고, 또 한편에서는 잘못은 제대로 처벌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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