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 등 4개 중소기업단체 대표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촉구 서명운동 결과’를 전달하고, 유예기간 연장 필요성을 호소했다. 윤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산업별 특성이나 업계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기업을 존폐위기로 내몰아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중소기업계는 지난달 8일부터 30일까지 중소기업 대표와 관계자를 상대로 진행한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촉구 서명에 5만3925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법 시행 유예를 이처럼 한목소리로 요구한 데는 전면 시행하면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3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협의회를 열고 다음달 27일부터 업종과 무관하게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까지 확대 적용될 예정이던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 기준 규정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영세기업들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면 폐업과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설현장 등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현재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다음달 27일부터는 이들 기업도 적용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80만여 개에 이르는 대상 기업이 법 전면 적용에 대해 충분히 준비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50인 미만 회원 업체 64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22.9%만이 대응 조치를 마쳤고, 89.9%는 유예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현실이다.

국민의힘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조속히 국회 법사위에 상정해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국회 환노위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준비 부족과 만성적인 인력난 등을 고려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지난 9월 발의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에 대해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혀 기대가 된다. 홍 원내대표가 내세운 조건은 그동안 법 적용이 유예된 지난 2년간 준비 미흡에 대한 사과, 유예 이후 분기별 준비 계획 및 관련 지원방안 마련, 분명한 시행 의지 표명이 핵심이다. 여기에 중소기업의 공동행위를 보장해 협상력을 강화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 통과가 추가돼 있다.

기업들의 준비와 제도 정비 후에 적용할 수 있도록 유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야는 정치력을 발휘해 개정안에 합의해 통과시켜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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