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화두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 및 정책효과 분석’에서 저출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도시집중’과 ‘주택가격의 상승’을 꼽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도시집중의 완화와 주택가격이 2015년 수준으로 환원될 경우 합계출산율이 1.6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 추세대로면 2050년에 우리나라 인구는 3000만명으로 축소된다는 섬뜩한 경고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9년 이후 계속 하락해 2023년 2분기에는 0.70으로 나타났다.

한편 결혼과 자녀에 대한 청년들의 가치관도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드시 결혼할 필요가 없다’거나 ‘반드시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크게 늘고 있으며, 비혼출산에 동의하는 비율도 늘고 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향후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출산율의 저하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잠재성장률의 저하를 가져와 우리 경제는 축소경제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각 산업 부분의 인력 공급의 제약으로 내국인으로 인력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고, 외국인력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외국인력 의존도는 이민정책으로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하겠지만, 이러한 이민정책으로 유인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도 미래에 장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미 건설현장에는 숙련근로자의 부족과 인력의 고령화가 더욱 고착·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기술인력의 공급도 신규 공급인력의 부족과 고령 기술인력의 퇴출 등으로 심각한 인력부족이 예상된다. 인력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건설현장의 정보화, 자동화, 로봇화를 더욱 촉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나 이를 기대하는 것도 단기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중장기적 전략과 로드맵에 따라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할 과제다.

다른 근본적인 방법은 저출산 문제의 해결에 있다. 저출산 문제는 보육 및 교육비 증가에도 원인이 있지만, 인구의 수도권 집중과 과잉유동성에 따른 주택 가격의 급등에도 큰 이유가 있다. 특히 수도권으로의 일자리 집중은 젊은 층의 수도권 이동을 심화시키고 수도권 주택가격의 상승을 유발한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있으며, 대부분의 대기업 본사와 재정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대학, 기업연구소 등 고급인재의 공급처와 수요처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수도권으로의 도시집중에 대응해 통근시간의 축소와 생활여건 개선을 위한 교통, 문화, 교육 등 인프라 투자도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 예로 젊은 층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급을 메우기 위한 3기 신도시 건설, 주거환경의 개선을 위한 재건축, 재개발 등은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 일자리의 흡인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수도권 문제 해결에 정책수단을 집중한 결과는 수도권의 집중 및 팽창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 명확하다. 이 결과는 지방의 쇠퇴와 소멸로 귀착한다. 저출산의 심화 시기에 집중된 수도권 과밀의 문제에 대한 대응은 단기적 현상의 치유에 그칠 것이 아니라, 수도권으로 편중을 적정하게 유지하면서, 저출산 추이와 주택 등 인프라 공급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 보다 전략적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이고 대증요법의 정책은 더욱 더 수도권으로의 고착과 지방의 소멸을 초래할 뿐이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도 중요하지만, 국가 전략산업의 지방거점 도시 이전에 대한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의지와 국가의 획기적인 행·재정적 지원과 관련 대학을 통한 지역인재 육성이 이뤄져야 한다. 과거 지방국립대가 수도권 상위권 대학 수준인 시대로 지방대학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하고, 수도권과 지방의 주요 거점지역 간 인프라, 정보, 인력의 흐름을 더욱 획기적으로 늘려야 할 것이다. 전국이 반나절이 아닌 수도권과 지방이 시공간적으로 하나의 권역으로 형성되도록 획기적인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어느 공간에 입지하든 공간적, 시간적 제약이 없도록 관련 인프라의 구축이 이루어져야 수도권, 지방의 경계문제는 더욱 희석될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수도권 일극 중심으로 인한 주거비, 일자리, 교육문제도 자연스럽게 완화되면서, 결혼과 출산도 증가하지 않을까 한다. 수도권 집중을 초래하는 인프라, 주택공급, 일자리 창출은 기득권을 더욱 강화해 지역균형 발전을 더욱 요원하게 할 것이다. 수도권 등 도시집중으로 나타나는 비효율성의 해결이 결국은 출산율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수도권 집중 해소를 통한 국토균형발전이 출산율 저하를 해결하는 중요 이슈로 부각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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