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익명 게시판에 ‘1군 건설사 부도 엠바고’란 찌라시가 뜬 뒤 지인들의 “어디냐”고 묻는 카카오톡 문자가 잠시 쇄도했다. 특정 건설사 위기설이 불거지고 일부 회사의 신용등급이 강등됐지만 설마 진짜 무너지기까지 하랴 했던 게 안일한 생각이었나 싶었다.

다행히 부도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나 시장에 퍼진 불안감이 상당한 건 사실이다. 부동산 경기침체 국면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탓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이유로 폭등한 자재 가격 탓에 착공 엄두도 못 내는데 PF 사업장의 대출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고금리까지 겹쳤다.

시행사가 PF를 갚지 못하고 부도나면 보증 시공사까지 채무를 떠안게 된다. 건설사 하나가 망하면 수많은 후방 업체와 금융업은 물론 함께 공사한 다른 건설사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건설 위기는 그래서 국가경제 위기다. 이미 PF 연체율은 급증했고 지방 중소건설사를 중심으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 폐업 건설사 수가 17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마침 임명 절차를 밟고 있는 새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부동산 PF 부실은 금융시장과 건설사·부동산 등 실물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어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과제”라고 짚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후보자 역시 “부동산 PF 부실이 협력업체 등의 피해로 확산되지 않도록 지원정책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책임준공확약 예외 적용과 건설공제조합 비아파트 PF 사업장 대상 책임준공보증 등의 주택 사업장 확대 적용 등을 시급한 해결 과제로 요구하고 있다. 고금리와 공사비 증가 등 외부·국제적 요인으로 공사가 지연되는 터라 책임준공확약 명분이 약해졌고, 수요가 없는 비아파트에 대한 보증 지원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에 이런 주장은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가능하다면 PF대출 금리를 내려주는 특단의 조치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물론 이는 부실 사업장 구조조정 등 철저한 PF ‘옥석가리기’가 선행돼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저출산·고령화까지 겹쳐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지 오래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산업의 기둥인 분야부터 그 뿌리를 더 튼튼하게 해야 한다. 건설업이 그중 하나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야겠다. 주택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 발표만 믿고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려던 사람들과 자녀교육·직장 문제 등으로 당장 이사가 힘든 이들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여·야는 서둘러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12월28일이 올해 마지막 본회의다. 다음은 내년 1월9일이다. 올해 안에, 아니면 내년 첫 국회에서라도 주택법 개정안은 꼭 처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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