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인구감소와 관련된 흥미로운 정책이 포함됐다.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에서 주택을 취득할 경우 2주택이 아닌 1주택자로 간주해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골자다. 이른바 ‘세컨드 홈 활성화’ 정책이다. 현재 인구감소지역은 경기 가평·연천군, 인천 강화·옹진군 등 총 89곳이다. ‘1주택 특례’를 통해 인구가 소멸해가는 지역에 ‘사람의 온기’가 돌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셈법이다. 

국내 인구감소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아이 키우기 힘든 사회’. 저출산이 갈수록 심화하는 이유다.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 ‘주거안정’은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이다. 치솟은 주택가격으로 인해 매매는 물론 전세 구하기도 부담스러운 20~30대에게 결혼과 출산은 달성하기 버거운 미션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양한 주택정책을 내놨다. ‘신혼희망타운’이 대표적이다. 단어 그대로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이다.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 몇몇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본청약 일정 지연과 그로 인한 입주 일정 변경 및 분양가 상승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전청약 때 제시된 예약 분양가와 달리 수천만원씩 오른 분양가는 신혼부부들에게 큰 부담이다. 

아이를 낳은 부모에게 보다 확실한 주거혜택과 금전적 이득을 줘야 한다. 신혼희망타운과 같은 저출산 대책과 관련된 주택정책만큼은 반드시 당초 제시한 일정대로 추진해야 한다. 계획 수립 단계부터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럼에도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재정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계획대로 입주가 이뤄지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자녀 계획을 수립하는 신혼부부에겐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문제다.

신혼희망타운 등 신혼부부들을 위한 주택의 크기와 입지도 중요하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보육환경과 학군, 병원, 편의시설, 교통 등 여러 요소를 두루 갖춰야 한다. 

아이가 성장하는 시기에 맞춰 주택 면적도 넓힐 수 있는 체계적인 주거 사다리도 필요하다. 방 2개, 알파룸 1개짜리 전용면적 55㎡ 규모의 신혼희망타운 아파트는 현대 사회의 신혼부부에겐 비좁은 집이다. 이보다 넓은 면적의 아파트 비중을 높이고, 누구나 욕심낼 만한 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 그리고 둘째, 셋째 등 자녀가 많을수록 더 큰 집으로 쉽게 옮겨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도 필요하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 방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첫째 자녀의 출산은 주택매매·전세가격 등 주거비 부담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 0.78명은 신혼부부들의 주거문제가 전혀 해결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엔 건설업계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저출산 대책과 관련된 주택만큼은 반드시 계획대로 완공하고, 이윤에 대한 미련도 버려야 한다. 아이들은 미래의 주택 수요자다. 인구가 소멸한 국가에선 정부도 건설업계도 살아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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