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산업기본법에는 시공자의 하자담보책임을 면책하는 3가지 항목이 규정돼 있다. △발주자가 제공한 재료의 품질이나 규격 등이 기준미달로 인한 경우 △발주자의 지시에 따라 시공한 경우 △발주자가 건설공사의 목적물을 관계법령에 따른 내구연한 또는 설계상의 구조내력을 초과해 사용한 경우이다. 

이 중 첫 번째 면책조항에 재료의 성질로 인한 경우가 추가돼 ‘발주자가 제공한 재료의 품질이나 규격 등이 기준미달로 인하거나 재료의 성질로 인한 경우’로 지난해 말 법이 개정됐다.

이와 연관된 대표적인 재료가 콘크리트다. 그동안 콘크리트의 주요재료인 시멘트의 고유한 성질로 인해 나타나는 건조수축과 신축작용으로 발생된 균열의 책임을 실질적인 시공자인 전문건설업체의 시공책임으로 대부분 전가해 전문업체는 억울한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다행히 법 개정으로 균열하자에 대한 책임소재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상당한 근거가 마련됐다. 또 법 개정이 단순히 콘크리트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건설업에는 많은 재료가 이용되고 있으며 각 재료는 그동안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았을 뿐 저마다의 고유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영향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법 개정을 바탕으로 건설재료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연구와 적극적인 대응을 추진한다면 억울하게 부담하던 시공책임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토공사 중 성토체 침하하자의 경우이다. 도로부 성토의 경우 설계는 노체와 노상으로 구분해 흙의 최대건조밀도의 90%와 95% 이상의 다짐도를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설계기준을 만족해 조성된 성토체에서도 공용 중 침하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흙은 가정과 달리 균질하지 않고 설계에 규정된 다짐이 성토체를 강체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술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성토체에서 발생한 침하현상을 대부분 다짐시공 하자로 전가해 토공 전문업체가 막대한 보수비용을 부담하거나 소송으로 시달려 왔다.

토공사 외 공종에도 다양한 재료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각 재료가 가진 고유의 성질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변형을 일으켜 하자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법 개정을 시작으로 그동안 무관심했던 재료들의 성질을 살펴보고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근거를 도출하고 제시하는 등 하자를 바라보는 눈을 성장시키는 기회로 삼는다면 보다 큰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추가적인 법률개정 노력도 필요하다. 개정된 규정대로라면 재료가 가진 성질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공급자에 따라 면책 여부가 결정된다. 재료의 공학적 품질은 공급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공급자가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되나, 재료의 성질은 품질과는 달리 재료 자체의 고유성을 의미하므로 공급 주체가 바뀐다고 해서 성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재료가 가진 고유의 성질을 인정해 면책한다면 공급 주체와 상관없이 면책이 돼야 한다. 향후 ‘발주자가 제공한 재료의 성질’이 아니라 ‘설계에 반영된 재료의 성질’로 개정되는 것이 타당하므로 다시 한번 바로잡기 위한 노력에 힘을 모아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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