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유예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당장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현장의 영세기업들은 살얼음판 위로 떠밀려 올라가는 심정이라고 한다”라고 했다. 이어 “근로자의 안전이 중요함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며 “그러나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처벌은 우리 헌법 원칙상 분명한 책임주의에 입각해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달 3일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6단체는 중대재해법 유예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경제 6단체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유예 논의가 기약 없이 미루어지는 현실에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기간 2년 연장 후에는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대책이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국회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을 하루빨리 상정해 논의에 나서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노동계는 추가 유예 없이 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부터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에서 근로자 사망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현장에는 이달 27일부터 적용된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달 초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반면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미온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공식 사과 △산업 안전을 위한 구체적 계획과 재정지원 방안 △2년 뒤 더 유예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경제 단체의 약속을 요구했었다.

정부는 민주당이 제시한 세 가지 조건인 사과, 구체적 계획과 재정지원 방안, 재연장 포기 약속을 사실상 모두 이행한 상태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두세 차례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작업 환경 개선 지원 등에 1조5000억원 투입 계획을 내놨다. 경제 6단체도 ‘2년 뒤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임시국회가 15일 소집됐다. 이달 25일과 다음달 1일 본회의가 열린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처리할 마지막 시간은 25일까지다. 경제와 민생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유불리를 따져서는 안 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당리당략적으로 접근해서 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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