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지식 또는 암묵지식은 학습과 경험을 통해 개인적으로 체화돼 있으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식을 일컫는다. 업무나 일상을 통해 체득하게 되는 경험과 기술, 문제해결 능력 등이 이에 해당한다. 관련 업무를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완수하고 해결하는 능력은 오랜 기간 훈련과 시행착오 끝에 쌓아 올린 경험지식 덕분이며, 이를 통한 전문성은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엔지니어링 분야는 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통해 개개인별로 노하우를 축적하게 되고 현업에서의 전문성을 보유하게 된다. ‘엔지니어링 노하우’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는 이유이며,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별화가 이뤄지는 요인이다.

건설 엔지니어링 해외시장을 주름잡았던 선배들이 대부분 은퇴하는 요즘에 그분들이 축적한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초창기 원자력이나 에너지플랜트, 시공 등의 많은 분야에서 에너지 자립 및 수출입국을 주도했던 전문가와 그들로부터 배운 후배들의 지식을 체계적으로 전이해야 한다는 화두는 있으나 제대로 된 해법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먼저, 경험지식은 기록화하기가 쉽지 않고 엔지니어링 산업의 특성상 현업을 수행하면서 이러한 기록을 일상화하거나 전이하기에는 시간적 제약이 크다는 점이다. 또한 개인별로 보유한 경험이 자신의 경쟁력이라는 믿음과 더불어 누군가 자신을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감, 업무의 보안 문제 등으로 인해 조직 차원에서의 지식공유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업에서의 세대 간 의사소통 방식과 기술 선호도 차이로 효율적인 지식 전이가 쉽지 않다. 특히 엔지니어들은 대부분 기술적 능력은 우수하나 의사소통 능력은 그렇지 못하다. 더불어 지식 전이에 대한 명확한 목적이 없을 경우 추가적인 업무로 인식이 돼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조직 측면에서는 핵심인력이 은퇴하거나 이직할 때를 대비한 인수인계 체계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조직에서 구축한 협업시스템 등을 활용하는 숙련도 및 사용자 편이성 등도 지식 전이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또한, 개인별로 지식 전수 방법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다는 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전이를 받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문서나 공식적인 교육 방식을 좋아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좀 더 선호도가 높은 개인 간의 비공식적인 지식전이는 체계화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원인은 조직문화에 있어 개인의 지식공유나 협업에 대한 업무 수행에 대해 가치 인정이나 보상이 보편화 되지 못하는 상황은 경험지식의 전이에 있어 큰 장해가 된다는 것이다.

이같이 현실적으로 지식 전이를 방해하는 요소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 인식에서 지식 전이를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 방안을 도출해 볼 수 있다.

먼저 지식공유에 대한 가치 인정이나 보상 환경을 조성하고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조직의 목표나 성공을 위해서는 지식의 공유가 필수적이라는 공감대를 조성하고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 지식의 공유를 위해서는 시간과 재원이 필수적이라는 조직적 인식이 필요하다. 엔지니어가 멘토링과 훈련, 문서화 등에 투입하는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게 해줘야 한다.

또한 공식적으로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엮어 조언자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엔지니어가 경험한 의사결정 및 문제해결 프로세스, 통찰력 등에 대한 토론을 진행할 수 있는 포럼이나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진행해 공감의 장을 일상화할 필요가 있다. 또 새로운 기술이나 디지털 도구 등의 최근 기술 도구들에 대해 젊은 엔지니어들이 고경력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역으로 자문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실시간으로 협업을 통한 의사소통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도구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의 중요한 경험지식과 조직 내 역할을 식별 및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단단한 지식 전수 전략과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경험지식은 현업에서 필요한 지식의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엔지니어링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축적된 경험지식을 체계화해 후배들이 활용할 수 있는 양분이 돼야 한다. 지나간 시간 동안 쌓인 경험으로부터 새로운 도전을 위한 마중물을 끌어낼 수 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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