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중소기업협회·단체는 지난달 31일 여의도 국회에서 근로자 50인(건설공사 50억원) 미만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법안 불발 규탄대회를 했다. 중대재해법 적용 시기를 2년 유예하는 개정안이 여야 이견으로 국회 처리가 불발돼 지난달 27일부터 근로자 수가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됐다. 이를 규탄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공사비 50억원 미만 건설현장은 안전관리 책임자를 둘 여력이 없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영세 사업장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된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음식점, 빵집, 커피전문점 주인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문제는 이 업체들이 직원을 해고하거나, 채용을 줄일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직원 수 5명이 넘는 사업주 중에서 직원 수를 4명 이하로 낮춰 사법 리스크를 피하려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 사망사고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업주가 폐업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근로자들에게 돌아가지 않겠는가.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작년 9월, 현장 준비 미흡과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법 시행 유예를 호소한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법 적용 유예 기간을 2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5개월째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여야는 중대재해법 유예법안 관련한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문제를 놓고 대립하다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은 지난 2년간 법 시행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정부의 공식 사과, 향후 2년간 구체적인 재해 예방 준비 계획과 예산 지원 방안 발표, 2년 유예 후 법을 반드시 시행한다는 정부와 경제단체의 공개 약속을 3대 조건으로 제시했다.

정부·여당이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협상에 진척이 이뤄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협상 과정에서 여야는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놓고 물러서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산업안전보건청 신설 요구에 대해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만 양산한다”며 반대했다.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하든 아니면 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정부·여당이 내놓는 것이 우선”이라며 맞섰다.

노동계는 산재 사망사고의 8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들어 유예 없는 적용을 주장해 왔다.

중대재해법은 제정 때부터 과도한 처벌 규정, 모호한 법 조항으로 논란이 많았다.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근로자 일자리를 없앨 법이 시행되도록 방치한 정치권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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