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대한전문건설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17개 중소기업 단체는 지난 1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유예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해 유감을 나타내고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논평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무산돼 중소기업계는 매우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이어 “여당이 제안한 협상안을 야당이 수용하지 않았다”며 “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83만이 넘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예비 범법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복합 경제위기로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중소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는 와중에 형사 처벌에 따른 폐업 공포를 더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호소했다.

이들 단체는 “우리 중소기업인들도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안전한 일터 만들기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며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호소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2년을 유예하는 개정안이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았고, 이틀 뒤인 27일부터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은 5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이에 대한전문건설협회 등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 처리를 강력히 촉구하자, 여야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씩 물러나 극적으로 타협점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1일 국회 본회의 직전에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국민의힘 협상안을 거부함에 따라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요구한 산업안전보건청 명칭을 ‘산업안전보건지원청’으로 바꾸고 단속·조사 업무를 줄이는 대신 예방·지원 업무를 강화하는 쪽으로 기관의 역할을 조정하는 협상안을 야당에 제시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여당이 받아들인 만큼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 2년 유예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당 내부 설득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 의총에서는 의원 15명이 발언하며 격론이 벌어졌고 반대 의견이 다소 우세하자 원내지도부는 여당의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코앞에 두고 원내 우군 세력인 녹색정의당과 당의 주요 지지 기반인 노동계가 중대재해법 확대시행 유예에 강력히 반대하는 점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녹색정의당은 민주당의 의총장 입구에서 중대재해법 유예 반대 피켓 시위를 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민주당이 의총을 하기 전 국회 본청 앞에서 녹색정의당과 함께 중대재해법 유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정치권이 총선에서 표를 의식해 특정 집단의 눈치를 보며 민생을 외면해서 될 일인가. 여야는 중대재해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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