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총선을 앞두고 각종 개발 정책과 공약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모습이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여야가 앞다퉈 각종 개발 청사진을 내놓으며 해당 지역과 지역민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지난달 25일 정부가 발표한 ‘교통 분야 3대 혁신 전략’이다.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연장과 신설, 철도·도로 지하화 등에 134조원을 투자해 교통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GTX를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권역에 도입해 이들 권역을 1시간 생활권으로 만들겠다는 일종의 ‘메가시티’ 전략이기도 하다.

철도 지하화는 여야 할 것 없이 경쟁이 붙었다. 국민의힘이 경기 수원 등 일부 도심 철도 지하화를 공약하자 민주당은 이에 질세라 서울의 지하철 2·3·4·7·8호선을 비롯해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 전국 모든 도시의 지상 철도를 예외 없이 지하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재건축 쪽에서도 개발 공약은 난무한다. 노후도시 정비 대상 지역이 당초 1기 신도시 등 51곳에서 전국 108곳, 215만채로 늘어났다. 제주도에 소재한 택지까지 들어가면서 사실상 전국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용적률은 최대 750%까지 높아지고, 동 산격 규제도 완화된다. 최고 70층 안팎까지 재건축이 가능하다. 통합 재건축과 공공기여 정도에 따라 안전진단도 면제된다. 

지금까지 언급한 정책들 모두 파급력이 어마무시한 것들이다. 막대한 사업비가 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공간 구조 자체를 바꾸는 원대한 프로젝트들이다. 하지만 여기서 이런 질문이 생긴다. 이 원대한 포부를 이루기가 그렇게 쉬웠나.

도시를 가로지르는 철도는 시민의 생활권이 단절되고 소음·분진 등 문제가 있다. 그래서 지하화하자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다. 역대 정부가 모두 철도 지하화를 검토했지만 결국 중단한 것도 막대한 비용 대비 효과가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3년 서울시 용역 결과에 따르면 서울 시내 지하철과 국철 지하화에만 최소 38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이마저도 10년 전 계산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철도 지하화에 1㎞당 약 4000억원, 전국적으로 총 80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시 1년 예산의 2배 가까운 돈이다.

GTX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연장과 신설안에만 38조6000억원이 든다고 한다. 여야 모두 사업비 대부분을 민자 유치를 통해 조달하기 때문에 별도의 예산 투입은 없을 거라고 한다. 하지만 곧 개통할 GTX A 노선의 민자 유치도 어려움을 숱하게 겪은 게 현실이다.

재건축 규제 완화안도 마찬가지다. 저렇게 규제를 풀어주다가는 당장 도시 인프라 스트럭쳐가 감당을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선거 때 제시된 개발 정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검토는 합리적이어야 한다. 재원 마련 방법부터 개발 정책이 가져올 효과에 대한 분석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 선거용으로 급조하면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대규모 개발 계획이 만일 ‘선심성’으로 굴러가기 시작한다면 비용은 어떤 식으로든 국민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 같은 상황이 ‘데자뷔’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개발정책이 우후죽순 쏟아졌다가 선거가 끝나면 슬그머니 책상 서랍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러다가 다른 선거가 시작되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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