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고물가의 여파로 건설기업 폐업과 부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건설경기는 선행지표 부진에 따라 당분간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건설업 체감경기는 더욱 냉각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건설업 생산구조 특성상 종합건설업체의 부실은 하도급을 수행하는 전문건설업체뿐만 아니라 자재, 장비업체와 근로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 파장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과거 건설업 위기 시 하도급업체 피해 사례를 보면 상위권 종합건설업체의 부도는 수백 개의 협력업체 연쇄 부도로 이어졌다. IMF 위기 시에는 동아건설 부도로 인해 389개의 협력업체가 부도처리 됐으며, 2013년 쌍용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B2B전자어음으로 공사대금을 받은 800여 하도급업체가 금융권에서 연체자로 등록돼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워크아웃 중에는 채권단의 자금 공급으로 하도급업체에 대금 지원이 일정 부분 가능하지만, 법정관리의 경우 하도급업체의 자금지원이 중단돼 즉각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다행히 건설업은 위험에 대비해 보증이라는 장치를 입찰과 계약 단계 곳곳에 두고 있다. 종합건설업 부실로 인한 연쇄 부도를 방지하기 위해 하도급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은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을 명시하고 있는데 ‘공사금액 1000만 원 이하’, ‘발주자의 직불 합의’를 제외하면 하도급금액에 대한 지급보증은 의무사항이다.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실적은 2020년 6조4000억원에서 2022년에는 43조7000억원으로 6.8배 증가했다. 이는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면제가 폐지된 영향이다. 실제로 워크아웃으로 인해 우려가 큰 태영건설의 경우 1096건의 하도급 계약 가운데 1057건(96.4%)이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에 가입돼 있거나 발주자 직불 합의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발주자와 수급인이 계열관계 또는 관계 회사인 경우 발주자의 직접지급은 직불 합의에도 불구하고 동반 부실로 인해 대금 체불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민간공사에서는 이러한 예외 규정을 악용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태영건설 역시 계열사가 발주한 사업장에서 직불합의를 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민간공사에 한해 직불합의 시 발주자가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원도급업체 부실이 발생하면 보증기관이 보상하게 되는데, 보증기관마다 약관이 상이해 하도급업체의 대응이 쉽지 않은 것 역시 문제로 작용한다. 일각에서는 보증기관의 불합리하거나 애매한 약관 적용에 따라 하도급업체의 피해를 우려하기도 한다.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은 건설 관련 공제조합과 서울보증보험이 담당한다는 점에서 보증기관의 약관 표준화가 요구된다. 이는 보증책임과 지급에 있어 불필요한 오해와 분쟁의 소지를 없앨 수 있어 하도급업체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

건설경기가 차갑게 식어가며 어렵지 않은 기업이 없다. 그 가운데서 지역 건설업체, 중소건설업체, 생산구조 하단에 있는 전문건설업체의 여건은 더욱 위태롭다.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많은 기업이 작은 충격에도 무너질 수 있다. 하도급업체의 공사대금은 지금보다 더 두텁게 보호하고, 보상은 더 신속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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