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초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작년 11월 93.7→12월 93.5
‘은마아파트’ 전용 84㎡ 매물 평균 26억원대···1~2억 떨어져
“건축비 평당 1000만원인 지금 시대에 재건축은 돈이 안 돼”

재건축 사업에 대한 정부 규제가 일제히 풀리고 있지만 고금리 기조 및 자재값 급등, 추가 분담금 갈등 등으로 인해 서울 주요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인기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부동산원 월간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아파트 연령별)에 따르면 서울의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4월 91.2에서 9월 94를 올라선 이후 12월 94.6을 기록하는 등 꾸준하게 상승했다. 반면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 대상인 20년 초과 아파트는 지난해 4월 92.2에서 11월 93.7로 소폭 상승한 뒤 다시 12월 93.5로 떨어지는 등 약세를 보였다.

실제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10월에는 28억원(9층), 11월에는 27억8000만원(9층)에 각각 실거래됐지만 현재 쌓여있는 매물들의 가격 평균은 26억원대로 떨어졌다. 또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 역시 지난달 27일 26억7000만원(15층)에 팔렸다. 이는 지난해 12월 28억5600만원(14층)과 비교하면 1억86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또 목동신시가지2단지 전용 66.2㎡는 지난해 11월 13억8000만원(3층)에 거래, 최고가(16억9000만원) 대비 3억1000만원이나 가격이 떨어진 이후 거래가 막혔다. 신시가지11단지 전용 66.2㎡ 역시 같은달 최고가 15억7000만원(1층)에서 2억1000만원 하락한 13억6000만원(7층)에 팔린 뒤 거래가 없다. 목동 재건축 단지들은 안전진단 통과, 학군지 프리미엄 등의 기대감으로 호가는 올랐지만 막상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강북 지역에서는 추가 분담금 부담으로 사업 중단 위기에 처하면서 가격이 급락하는 단지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5단지 전용 31㎡는 2021년 당시 실거래가가 8억원에 육박했지만 지난해부터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 지난 2일에는 절반에 가까운 4억6000만원(4층)에 거래됐다. 해당 단지는 최근 추가분담금이 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고금리와 건축비, 추가부담금 등의 장애물이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내 집 마련의 수요가 30대로 낮아지면서 노후 아파트보다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은 녹물아파트를 바꾸기 위한 주거개선사업보다는 시장 논리를 활용한 재테크 사업에 가깝다”며 “하지만 고금리에 이주비용도 많이 들고 건축비가 평당 1000만원인 지금 시대에 재건축은 돈이 안 된다. 더욱이 최후의 복병인 재건축 부담금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주택 시장의 주력세대인 30대가 살고 싶은 곳이 곧 유망한 곳인데, 이들은 구도심보다 깔끔한 신도시를 좋아하고 낡은 아파트에 살 바에야 새 오피스텔에 살겠다고 생각한다”며 “이처럼 새 것에 대한 선호 현상이 유난히 강하다 보니 재건축 아파트는 30대에게 인기가 없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