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건설 원자잿값 급등…건설업계 ‘선별 수주’
입찰 유찰 이후 공사비 증액에도 건설업계 ‘신중’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 건설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재건축·재개발 등 일부 도시정비사업장에서 시공사를 선정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알짜배기로 꼽히던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도 유찰이 반복되고 있다.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고육지책으로 공사비를 증액에 나서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신중한 입장이다. 

13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신반포27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 1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었다. 소규모 단지지만, 지하철 3호선과 가깝고, 한강변에 위치해 알짜배기 단지로 꼽혔다. 조합은 3.3㎡당 공사비를 기존 908만원에서 959만원으로 5.6% 올린 뒤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유찰이 반복되면서 잇따라 입찰공고를 낸 단지도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4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세 번째 입찰공고를 냈다. 조합은 3.3㎡당 공사비를 760만원 제시한 뒤 두 차례 유찰되면서 공사비를 810만원으로 인상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건설사들이 도시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건설 원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증하면서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로 선회했다. 또 금리가 치솟으면서 수익성이 확실한 사업 위주로만 수주하면서 소규모나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외면받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올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사업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으로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건설업계 수주 실적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지역별 건설수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축 수주는 수도권에선 전년 대비 31.4%가 감소한 63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방에선 29.6% 감소 52조7000억원의 수주액을 나타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공사를 선정하고도 공사비 인상안을 두고 갈등이 빚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선 정부가 안전진단 면제를 통해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사업성이 없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가 당분간 이어지면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리모델링 단지들은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수주 경쟁을 벌이지 않고,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다”며 “건설 원자잿값 급등과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사업성이 다소 떨어지는 정비사업 단지는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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