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측 “내년 준공 앞두고도 협상 안 되고 있어”
현대건설·쌍용건설 등도 KT와 갈등···사옥 앞 시위도
시공사들, 정부 측 중재 기대···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

롯데건설이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발주처인 KT와 1000억원대에 달하는 공사비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롯데건설에 따르면 현재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의 시공을 맡아 공사를 진행 중인 롯데건설은 발주처인 KT에 1000억원대의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지만 이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아파트 분양이 워낙 잘 됐기 때문에 추가 공사비 협상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내년 준공을 앞두고도 공사비 증액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KT 측에 지속적으로 요청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양 1구역 정비 사업은 KT가 보유하고 있던 구 전화국 부지 일대 50만5178㎡를 재개발하는 사업으로, 사업비 규모만 1조원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공동주택 1063가구(임대아파트, 오피스텔 포함) 및 호텔(150실), 판매시설과 함께 광진구청사, 광진구의회, 광진구보건소 등 공공시설이 들어선다.

특히 해당 사업지에 들어서는 최고 48층, 총 1063가구 규모의 대단지 '구의역 롯데 이스트폴'은 지난해 8월 1순위 청약 당시 420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4만1344명이 몰리고, 약 한 달 만에 일반분양 물량 631가구의 계약이 100% 완료되는 등 부동산 침체 상황에서도 크게 흥행한 바 있다.

롯데건설 측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공사비가 유례없이 폭등함에 따라 지난해 착공 이후 추가 공사비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KT 측에 알렸으나, KT 측은 '물가 변동 배제 특약에 따라 공사비 증액 지급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롯데건설 측 관계자는 "일반 도시정비사업에서도 착공 이후 물가 변동은 없다는 조항이 있긴 하지만, 통상적이지 않은 원자재 가격 급등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는 추가적인 협의를 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KT 측에서는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얘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사 도급 계약서 상 이런 문구가 있으니 전혀 안 된다고 얘기하기 보다는 인상 금액을 반영해서 원만하게 처리를 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실제 이 사업장에는 롯데건설 외에도 200여개의 하도급 업체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 중 일부 업체는 비용 부담으로 공사를 중간에 포기해 3개월 가까이 공사가 중단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준공이 늦어질 경우 지체상금과 책임준공확약에 따른 막대한 채무인수 부담은 모두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감당해야 한다.

한편 KT는 롯데건설 외에도 이미 현대건설, 쌍용건설, 한신공영 등과 다른 현장에서 공사비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각각 쌍용건설은 KT의 판교 신사옥 공사, 현대건설은 서울 광화문 사옥 리모델링 공사, 한신공영은 부산초량오피스텔 개발사업에서 공사비 인상분을 받지 못해 사실상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쌍용건설은 KT 측에 여러 차례 공문을 보내 공사비 증액을 호소했지만, KT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해 10월부터 경기 성남시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공사비 협상 난항에 롯데건설을 포함한 시공사들은 정부에서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정부가 공사비 현실화를 위해 6년 만에 표준건축비를 9.8% 인상한 데 이어, 건설분쟁조정위원회와 민관합동 PF조정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중재에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건설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우선적으로 공공공사의 기획, 설계, 시공 등 전 단계에 걸쳐 공사비가 불합리하게 책정되는 사항을 살펴보고 민간공사도 전문기관 조정 등을 통해 공사비 갈등이 해소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 시공사들은 이미 정부가 운영하는 건설 분쟁조정위원회에 해당 사안을 회부한 상태이며, 롯데건설 역시 국토부의 민관합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 2차 조정위원회에 KT와의 중재를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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