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각국 이해 엇갈려

이재영 원장미국․중국 등 강대국 소극적 자세 여전
한국, 발언권 커져 중재역할 기대는 성과

지난 7일 시작된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자국 총회가 예정날짜를 하루 넘긴 19일 폐막되었다.  이 번 기후회의에서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하고,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돕기 위해 선진국들이 3년간 300억 달러를 지원하며, 포스트 2012 체제 마련시한을 1년 연기한다는데 합의했다. 결과적으로 코펜하겐 기후회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속담이 들어맞는 경우가 되었다. 기후회의를 주도한 미국, 중국 그리고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면 대체로 비판적인 평가가 기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의 모임인 G77 그룹은 합의안을 “사상최악”이라고 악평했고 뉴욕타임스 등 유수 언론도 부정적인 시각의 헤드라인을 달았다.

이 번 코펜하겐 기후회의의 그 의미가 남달랐다. 지난 2007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13차 회의에서 나온 발리행동계획, 즉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는 2012년 이후의 국제적 공동행동 방안을 이번 회의에서 도출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교토의정서 가입을 거부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었던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자국 내의 비판여론을 뒤로하고 참가했으며,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인 중국과 인도가 참여하는 등 세계 120여 국가에서 2만 명이 넘는 대표단이 참석한 사상 최대의 회의였다. 더욱이 최근 세계적인 경제위기 극복대안으로 저탄소 녹색경제가 각광받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이 번 회의에서 나올 성과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치는 한껏 높아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알멩이 없는 합의문만 도출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하여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고 있는 것이다.

코펜하겐 기후회의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대한 세계 각국의 첨예한 이해가 조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진국과 개도국, 미국과 유럽, 온실가스 다량 배출국과 소량 배출국 사이에 얽힌 이해관계를 풀지 못한 것이다. 갈등의 핵심은 스스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적게 줄이면서 상대방의 부담은 늘리려는 데 있다. 온실가스 배출의 감소에는 많은 비용이 들고 경제성장률 둔화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회의를 주도한 미국과 중국이 세계 1위와 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이 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를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로 자리매김한 국제질서를 실증했다고 비꼬기도 하지만 그냥 가십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향후 개최되는 기후회의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의견은 주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적 의제를 다루는 회의를 소수 강대국들의 잔치로 끝내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반성과 함께 향후 미국과 중국이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선진국들의 개도국 지원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도 문제이다. 선진국들이 2012년까지 개도국과 빈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지원하기로 한 300억 달러 중 미국이 내기로 한 금액은 불과 36억불로 모양새가 우습다. 2020년까지로 예정된 개도국 지원금의 구체적인 분담비율도 사전에 정해야 한다. 그리고 선진국들이 내년 1월말까지 제출하기로 되어 있는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최대한 상향하도록 해야 한다. 개도국 그룹은 선진국들이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40%를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이 이 같은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다. 유럽연합은 다소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행보에 연동할 태세이다. 선진국과 강대국들이 먼저 나서지 않고서는 개도국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동참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코펜하겐 기후회의에 대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면을 보고자 한다면,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많은 사람들이 이번 합의를 부족하다고 하겠지만 적지 않은 것을 이뤄내기도 했다”는 말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결실을 보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희망의 씨앗이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 희망의 씨앗은 한국에서 싹을 틔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교토의정서 체제가 종료되는 포스트 2012 체제의 성공적 출범을 위해 한국에서 2012년 기후회의가 개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국제적 발언권을 높였고, 경제사회 발전단계로 볼 때도 선진국 그룹과 개도국 그룹을 중재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2012년 열리는 기후회의는 코펜하겐이 미제로 남겨놓은 숙제를 마무리하고 인류사의 새 장을 여는 축제가 되기를, 그리고 그 새 장을 여는 주역은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재영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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