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경위 ‧ 실제 현장관여 등 종합판단을


법무법인 법여울 대표변호사

건설현장에서는 하도급업체가 공사 중 일부를 떼어내서 독립해 공사를 담당하는 ‘시공참여자’들에게 재하도급을 주고, 이러한 시공참여자들이 독자적으로 일용근로자들을 고용해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공사 일부분을 재하도급받은 ‘시공참여자’들을 현장에서는 속칭 ‘십장’이라 하고 있고, 이들은 대부분 하도급업체(전문건설업자)와는 노무도급 관계에 있으며 자신들의 책임하에 일용근로자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립십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건설현장의 십장들에 의하여 고용된 일용근로자들이 하도급업체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사용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계속적인 의문이 있어 왔다. 실제 이 문제는 하도급업체인 전문건설업체에게는 매우 중요하고도 민감한 사안이다. 일용근로자들이 하도급업체의 근로자라고 한다면 이들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하도급업체가 사용자 책임을 질 수도 있으며, 일용근로자들에게는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주어야 할 법적인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이러한 일용근로자와 하도급업체와의 법적 관계를 일률적으로 단정하여 해답을 내릴 수는 없다. 하도급업체가 일용근로자의 건강보험료를 부담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2009. 4.경 서울행정법원 제4부(2008구합31864)판결에서 하도급업체와의 사용관계를 인정하는 최근 판결들도 있지만, 2009년도에 들어서만도 하도급업체의 종업원이 아니라는 판결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2009. 10.경 서울행정법원 제11부(2008구합32225)판결에서는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일용근로자들에 대하여 하도급업체와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다고 판결을 내린바 있고,

지난 11. 25.에는 서울고등법원 제6부에서도 하도급업체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는 등 각 하급심에서 시공참여자들이 고용한 일용근로자와의 사용관계를 부정하는 판결들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지난 4. 경에는 시참자가 고용한 일용근로자들이 부당해고 당했다면서 하도급업체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전문건설업체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최종 결론내려진 바 있으며, 지난 11. 18. 대구지방법원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전문건설업체에 대하여 시공참여자가 고용한 근로자를 포함시켜 사업소득세를 부과처분 한 것은 잘못되었다는 판결도 나온 바 있다.

위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실제 건설현장에서 시공참여자들이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아 공사대금을 지급받은 후에도 세금계산서를 교부할 수 없어 이를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 하도급업체가 직접 ‘일용노무자 지급명세서’ 등을 작성하고 노무비를 인건비 항목으로 회계처리 해 법인세 신고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하도급업체에서는 노무비의 정산 및 지급의 확실성을 기하기 위하여 일용근로자들의 ‘근무일지’와 ‘근태’를 보고 받으면서 그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한데, 건설현장에서의 위와 같은 현실적 필요성 때문에 마치 이들 일용근로자들이 하도급업체의 관리감독하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사실 노무비 지급관행만을 놓고 본다면 시공참여자들에 의한 시공참여라는 것은 형식적인 것이고, 실질적으로는 하도급업체가 일용근로자들을 고용했다고 볼 수도 있으며, 이러한 점 때문에 법원에서도 하도급업체에서 일용노무자를 관리하는 구체적 상황에 따라서 그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반면으로는 하도급업체가 직접 일용근로자의 근무일지나 근태를 파악하는 이유는 시공참여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하도급대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노무비를 정확히 정산하여 직접 현장에서 근로를 제공한 일용노무자들에게 확실하게 노무비가 지급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에 불과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도급업체와 직접적인 사용관계를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도 할 수 있다.

시공참여자를 통한 일용근로자의 활용은 하도급업체의 필요에 의하여 탄생되었지만, 이 문제는 건설현장에서 일용근로자들의 원활한 수급이라는 측면 외에 일용근로자들의 법적 지위의 보장 필요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일용근로자들의 보호를 위하여 하도급업체와의 사용관계를 폭넓게 인정할수록 하도급업체에서는 시공참여자를 통한 일용근로자들의 활용에 몸을 움추릴 수밖에 없어 그 만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나 이들을 하도급업체와 법적으로 완전히 분리하여 법의 보호망 밖에 방치해 두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비록 일용근로자들이 시공참여자들로부터 고용이 되었지만, 고용의 경위‧시공참여자와 하도급업체와의 관계‧하도급업체의 실제 현장관여 상황 등에 따라 일용근로자들의 구체적인 법적 지위들이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이고 법원 또한 이러한 점을 지금까지 여러 사건에서 고민해 온 것으로 보이고 앞으로도 이러한 고민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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