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는 지난 2일 건설업체 구조조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지지부진하던 건설업계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상기업은 재무 및 비재무 항목 평가를 통해 A∼D등급의 4단계로 분류된다. 정상기업인 A등급과 일시적인 자금부족 기업인 B등급에 대하여는 신규자금을 투입하고, 부실징후 기업인 C등급에 대하여는 워크아웃을 실시하여 채권단이 공동관리하고, 부실기업인 D등급은 시장에서 퇴출한다. 대상업체는 신용공여액 50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300여 업체이며, 늦어도 3월까지는 옥석이 가려지게 된다.

구조조정 기준이 제시되자 건설업체들은 평가기준에 따라 채점을 해 보기도 하고, 시장퇴출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어 불안해 하는 등 폭풍전야의 모습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기준 발표를 환영한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불식하고 심화되는 동반부실을 차단하여 재도약을 위한 전열을 정비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방안 발표와 동시에 주식시장에서 건설업종 지수가 상승하고 부실을 털어낼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업종 지수까지 동반 상승하고 있는 현상은 시장의 평가를 방증한다.

일부기준 관용적·부실 반영 미흡

금융권의 건설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행보를 환영하면서도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을 지적한다. 첫째, 건설업체 평가기준이 다소 관용적이며 실제 부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신용위험평가표의 주요기준에 따르면 부채비율이 300%를 넘고, 현금보유비중이 2% 미만이며, 차입금의존도가 50%를 넘는 건설업체는 퇴출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그런데 대상 건설업체들이 이들 요건에 모두 저촉될 가능성은 낮으며 특히 부채비율의 경우 PF 사업의 우발채무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기존 재무상태가 매우 악화된 일부 기업만이 구조조정 또는 시장퇴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비재무 항목에 해당하는 정성적 평가 비중이 60%로 재무항목에 비해 더 크다는 점이다. 경영진에 대한 평판과 같은 평가항목은 계량화가 어려우며 주관적 평가로 흐를 가능성이 있어 기업의 생사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적정한지 의문이다.

셋째, 평가 및 판정 시기와 관련된 일정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구조조정에 관한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여 건설업체가 스스로 자구노력을 하거나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퇴출되는 업체와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수많은 하도급업체나 자재업체에 대한 지원과 보호방안이 함께 제시되지 않은 점이다. 하도급 업체들이야말로 정부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어려움을 하소연할 곳도 없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 필요

건설업체에 대한 판정과 시장퇴출이 합리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팽창한 부실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해의 규모와 범위는 예상보다 더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정부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마저 상실되어 자칫 구조조정의 목적인 경기회복의 동력이 훼손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엄정하고 비상한 각오로 부실기업 판정과 시장퇴출에 임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 약자가 당할 수 있는 선의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혜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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