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가는 교회에 ‘장’씨 성을 가진 젊은 교인이 한 명 있다. 그만저만한 건설회사의 건축 감독이다. 언제 봐도 건강한 구리 빛 얼굴에 싱글벙글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데다 교회의 크고 작은 일을 마다하지 않아 모든 사람들이 좋아한다. 재치 있는 농담도 곧잘 해 나이차가 적지 않은 나하고도 허물없이 지낸다. 웬만하면 교회에 빠지지 않던 그가 몇 주 연거푸 예배를 빼먹더니 지난주 나타났다.

덤핑으로 일 따본들…

“장 감독, 뭔 일 있어? 얼굴 보기가 왜 그리 힘들어?” 예배 후 어깨를 치며 말을 건넸다.
“쉬지를 못했어요. 일요일에도 일을 해야 하니 나올 수가 있어야지요.”
“건설경기가 안 좋다는데 그 회사는 일거리가 많은가 보네. 휴일도 없는 걸 보니?”
“일거리가 많은 게 아니라 일이 많아졌어요. 전에 안 하던 일도 내가 해야 하니…”
“무슨 말이여?”
“덤핑쳐서 일을 따도 회사에서 사람을 안 써요. 그러니 내가 할 수밖에. 7월부터 지금까지 쉬어본 건 휴가 4일뿐이에요. 그것도 광복절 연휴 3일 포함해서니 정말 휴일은 하루밖에 없었답니다. 애들 얼굴도 못 봐요. 노가다 말고 다른 일자리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힘들어서 못해먹겠어요.”

그러고 보니 그의 얼굴이 보통 때와는 달리 수척한데다 피곤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게 보였다. 예배 중에는 잠깐씩 졸던 것 같기도 했다.

장 감독과 헤어져 집으로 가는 길에 9월1일자 우리 신문에 실린 기사 하나가 생각났다. ‘최저가낙찰제도 때문에 연간 9만5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내용이다.

일자리, 창출보다 유지가 더 쉽다

기사에 따르면 낙찰률이 낮아질수록 작업팀이 감축되고, 외국인력으로 대체되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낙찰률이 70~79% 선일 경우 작업팀이 10% 감축되지만 외국인력으로 대체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낙찰률이 70%에서 60% 사이로 떨어지면 작업팀은 20% 감축되고, 30%가 외국인력으로 대체된다.

지난해 300억원 이상 공공공사 중 최저가낙찰제로 시행된 공사는 14조원에 달했고 , 최저가낙찰제 평균낙찰률은 68.6%였으니 건설현장에서 사라진 일자리는 작업팀 감축에 따라 4만3천851개, 외국인력 대체에 따라 5만1천190개 등 모두 9만5천40개로 추산됐다. 낙찰률이 떨어지면 업체들이 모자라는 노무비를 작업팀 감축, 장시간 노동, 노동강도 강화 등으로 보완하려는 건 시장논리상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문제는 이런 조치들이 결국은 산재 증가, 품질 저하, 유지보수비 증가, 건설산업기반 약화, 국가경쟁력 약화, 국민생활 위협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이 기사가 실린 날 같은 지면에 정부가 현재 3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만 적용하고 있는 최저가낙찰제를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적용하려던 계획을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나갔다. 글쎄 그걸로 우리 교회 장 감독의 노동시간이 줄어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늘어날까? 차제에 정부는 최저가낙찰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는 게 어떨까? 새로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보다는 있는 일자리를 지키는 게 더 쉽지 않을까? 일이 갑자기 늘어나 힘들다는 장 감독을 생각하다 이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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