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모를 쓴 채 빨간색 경광플래시를 들고들락거리는 레미콘트럭과 철근 등 자재를실은 트럭을 위해 교통정리를 하는 이들이다. 모두 족히 20~30명은 되어 보인다. 공사장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 보태면 이보다훨씬 많으리라.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
차로 그들을 스쳐지나가면서‘용인 수지끝자락에 있는 이곳까지 이 시간에 나오려면 저들은 몇 시에 집을 나섰을까’생각해본다. 대중교통도 다니지 않을 시간인데!그들의 모습에 몇 년 전 어느 일요일 새벽티업을 위해 직장 동료 세 명과 한 차로 골프장에 가면서 보았던 어떤 장면이 덧씌워진다. 새벽빛이 어슴푸레한 골프장 초입에들어선 우리 앞에 낡은 중형차 한 대가 천천히 가고 있었다. 우리처럼 네 명이 탔다.
네 명이 탔으니 우리와 같은 골프장에 새벽골프 가는 사람들로 여겨졌다. 행여 티업에늦을까 조바심 내는 우리와는 달리 앞차는이쪽저쪽 두리번거리는 기색을 보인다. 그러다가 갑자기 길가에 차를 세운다.골프장은 아직 멀었다. 차에서 내린 그들은 모두차 뒤 트렁크로 다가간다. ‘연습장도 아닌데 채는 왜 꺼내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금세 부끄러움에 싸여버렸다. 그들이 트렁크에서 꺼낸 것은 골프백이 아닌 연장 가방이었다. 그들은 여러 가닥의 벨트로단단히 동여맨 국방색 연장통을 각각 둘러맨 채 시멘트 포대와 브로크 벽돌, 각목 따위가 어설프게 널려있는 바로 옆 다가구주택 공사장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그들의 모습이 나에게 안겨준 부끄러움은 이 새벽,이 휴일 새벽에도 일하러 나온 그들을 골프장 가는 사람들로 생각했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었다. 새벽 골프에 나오느라 설쳤던잠이 한 순간에 달아나버렸다. 그들은 나에게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이었다.
건설근로자들에게 경의를!!
혹서기가 시작되었다. 30도를 훌쩍 넘는더위에 서있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얇은구두창으로 아스팔트 지열이 후끈거리며올라온다. 반팔 소매 아래 팔뚝에는 땀이번들댄다. 아침에 본 우리 동네 아파트 공사장 건설근로자들이 떠오른다. 안전모, 작업화, 두꺼운 무명셔츠, 그 위에 걸쳐 입은조끼, 목수건, 손바닥이 붉은 면장갑..., 보고있는 사람들이 더 답답한 차림새인 그들은이 뜨거운 오후를 어떻게 참을까 생각해본다. 달궈질 대로 달궈져 보통사람은 손바닥대기도 겁날 만큼 뜨겁기만 한 철골과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에서 뿜어지는 열기를 어떻게 견딜까, 흐르는 땀을 어떻게 씻을까생각해본다. 냉각조끼, 땀 흡수대, 안전모햇빛가리개가 개인장비로 지급되고 제빙기와 냉음료, 식염수가 준비되어있다지만 바람조차 한줄기 불지 않는 이 오후에 이리뛰고 저리 뛰는 그들의 모습을 생각한다.
성실하게,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건설근로자들이여, 당신들에게 감사할 사람은 나 말고도 많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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