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 6시30분이면 용인 수지에 있는 집을 나선다. 신문사까지가 워낙 멀어이 시간대에 출발하지 않으면 교통체증을피하기 어렵다. 이른 시간인데도 아파트 정문 근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부근에 새로짓는 아파트 공사장 근로자들이다. 얼마 전까지 야산이었던 비탈길에 들어선 함바집에서 방금 아침을 먹었는지 입가를 훔치며담배에 불을 댕기는 사람도 있으며, 허둥지둥 길가에서 작업복으로 갈아입는 사람도보인다. 이들보다 먼저 나온 사람들도 있다.

안전모를 쓴 채 빨간색 경광플래시를 들고들락거리는 레미콘트럭과 철근 등 자재를실은 트럭을 위해 교통정리를 하는 이들이다. 모두 족히 20~30명은 되어 보인다. 공사장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 보태면 이보다훨씬 많으리라.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

차로 그들을 스쳐지나가면서‘용인 수지끝자락에 있는 이곳까지 이 시간에 나오려면 저들은 몇 시에 집을 나섰을까’생각해본다. 대중교통도 다니지 않을 시간인데!그들의 모습에 몇 년 전 어느 일요일 새벽티업을 위해 직장 동료 세 명과 한 차로 골프장에 가면서 보았던 어떤 장면이 덧씌워진다. 새벽빛이 어슴푸레한 골프장 초입에들어선 우리 앞에 낡은 중형차 한 대가 천천히 가고 있었다. 우리처럼 네 명이 탔다.

네 명이 탔으니 우리와 같은 골프장에 새벽골프 가는 사람들로 여겨졌다. 행여 티업에늦을까 조바심 내는 우리와는 달리 앞차는이쪽저쪽 두리번거리는 기색을 보인다. 그러다가 갑자기 길가에 차를 세운다.골프장은 아직 멀었다. 차에서 내린 그들은 모두차 뒤 트렁크로 다가간다. ‘연습장도 아닌데 채는 왜 꺼내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금세 부끄러움에 싸여버렸다. 그들이 트렁크에서 꺼낸 것은 골프백이 아닌 연장 가방이었다. 그들은 여러 가닥의 벨트로단단히 동여맨 국방색 연장통을 각각 둘러맨 채 시멘트 포대와 브로크 벽돌, 각목 따위가 어설프게 널려있는 바로 옆 다가구주택 공사장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그들의 모습이 나에게 안겨준 부끄러움은 이 새벽,이 휴일 새벽에도 일하러 나온 그들을 골프장 가는 사람들로 생각했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었다. 새벽 골프에 나오느라 설쳤던잠이 한 순간에 달아나버렸다. 그들은 나에게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이었다.

건설근로자들에게 경의를!!

혹서기가 시작되었다. 30도를 훌쩍 넘는더위에 서있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얇은구두창으로 아스팔트 지열이 후끈거리며올라온다. 반팔 소매 아래 팔뚝에는 땀이번들댄다. 아침에 본 우리 동네 아파트 공사장 건설근로자들이 떠오른다. 안전모, 작업화, 두꺼운 무명셔츠, 그 위에 걸쳐 입은조끼, 목수건, 손바닥이 붉은 면장갑..., 보고있는 사람들이 더 답답한 차림새인 그들은이 뜨거운 오후를 어떻게 참을까 생각해본다. 달궈질 대로 달궈져 보통사람은 손바닥대기도 겁날 만큼 뜨겁기만 한 철골과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에서 뿜어지는 열기를 어떻게 견딜까, 흐르는 땀을 어떻게 씻을까생각해본다. 냉각조끼, 땀 흡수대, 안전모햇빛가리개가 개인장비로 지급되고 제빙기와 냉음료, 식염수가 준비되어있다지만 바람조차 한줄기 불지 않는 이 오후에 이리뛰고 저리 뛰는 그들의 모습을 생각한다.

성실하게,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건설근로자들이여, 당신들에게 감사할 사람은 나 말고도 많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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