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에게 빚진 사람은 따로 있지만 그 사람에게서는 받아 내기 힘드니 당신이 내줘야겠다’고 나선다면 황당하게 느끼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 협회가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 보건복지부, 국토해양부, 국회보건복지위와 건교위 등 관계요로에 건강보험료 부당징수 철회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바로 이같은 황당한 일을 아무 부끄러움 없이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본보 3월17일자 3,8면)

건보공단의 건보료 추징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은 좋게 말해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까놓고 말하면 무리와 억지에 다름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는 2003년 7월 관련법 개정으로 건설현장의 일용근로자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할 때부터 관리시스템 미비와 홍보부족의 이유를 들어 융통성 있는 제도 운영을 촉구해왔다. 구체적으로는, 일용근로자의 경우 건보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임금 지급시 보험료를 공제하면 임금이 줄어들었다고만 생각하고 타 현장으로 옮겨버리는 일이 다반사였고, 실제 이들의 사용자인 시공참여자들도 영세업자가 대부분이어어서 사용자분 건보료 징수도 어려울 것임을 지적하면서 ‘현실이 이러하니 제도 시행 3년전까지의 소급적용은 없는 걸로 하고 제도 개선일 이후부터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임을 주장한 바 있다. 우리의 주장에는 ‘실질적으로 일용근로자와 고용계약을 한 것은 시공참여자이므로 전문건설업체는 이들의 사용자가 아니다’라는 명백한 논거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우리의 주장은 처음부터 도외시하고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치 건보료 징수에 나섰는데, ‘전문건설업체의 장부에 일용근로자에게 지급한 임금이 계상되어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건보공단의 이 주장 역시 건설업의 하도급은 자재나 기술 하도급이 아니라 인건비를 주고받는 노무하도급이라는 점에서 그릇된 인식임에 분명하다. 또 시공참여자가 부담해야 할 건보료(사용자분)도 시공참여자 역시 일용근로자의 하나라는 논리로 전문건설업체에 전가해버렸다.

건보공단의 황당한 처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건보공단은 우리의 의견을 받아들여 부당한 징수를 철회하기는 커녕 체납업체에 대한 가산금부과, 국세체납절차에 따른 압류처분 등의 후속조치를 들고 나오고 있을 뿐 아니라 이런 횡포를 중단하는 것이 옳다는 보건복지부나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 관련단체의 결정에도 불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보공단은 보건복지부가 이미 ‘시공참여자는 사용자’라고 유권해석을 내렸음에도 귀담아 듣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국민고충위원회가 두 차례나 자신들의 조치에 대한 시정권고를 결정했음에도 ‘마이 웨이’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건보공단의 주장대로 3년간 건보료를 추징할 경우 업체 부담은 매출순이익의 무려 49%나 되며, 어떤 업체는 3억원 가까운 액수를 곧 바로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영세업체인 전문건설업계에서 지금 그런 여유가 있는 업체가 얼마나 될 것인가.

건보공단은 공공기관이다. 제반 제도와 법률을 이행하는데 있어서 민간을 선도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 건보공단이 합리적이고 이성적 주장에는 귀를 귀울이지 않고 무모하고 황당한 행정편의주의에 사로잡혀 영세 전문건설업체의 생사가 달려있는 문제를 처리해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