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외교력 등 4가지 조건 없인 불가능

    한국은 실적 등 열세 불구 전략으로 승리

    정치적 시각 비판말고 국민역량 결집해야


지난 해 말에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던 해외원전 수주에 대해 일부에서 덤핑 수주로 몰아세우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주장이 국내 실적이나 목소리를 듣기보다 일부 해외기관이 내 놓는 자료를 근거로 한 듯 보인다. 왜 국내 원전건설단가는 덤핑으로 보지 않고 첫 발을 내디딘 해외원전 진출을 정치적 시각으로만 보려는 것인가? 국가와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해외 원전시장 진출은 네 가지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첫째 살아있고 검증된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강의실이나 연구실이 보유한 기술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기술면에서는 국내 원전이용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기술력 보유 조건은 충족시키고 있는 셈이다.

둘째 자국이 아닌 해외에서의 검증된 실적이다. 이면에서 한국은 미국·프랑스 등에 비해 절대적 열세다.

셋째 경제성이 포함된 가치 경쟁력이다. 경제 가치는 필요한 때 필요한 양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품질과 성능에 하자 없이 최단기간 내 원전이 가동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는 미국·프랑스 등에는 앞서 있지만 일본에 비해서는 다소 열세다.

넷째는 정치?외교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원전은 기타 플랜트상품과 달리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닌 국가 수장들의 외교력과 국력이 동시에 작용하는 특성이 있다. 이점에 있어서 경쟁 상대였던 미국·프랑스, 일본 및 러시아 등에 비해 객관적인 열세였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네 가지 조건 중 두 가지 충족만으로 첫 해외원전 수주가 가능했던 것은 이성적 판단으로는 불가능함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경쟁국가 기업들과는 다른 접근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치·외교력이 부족하고 해외실적이 전무한 한국이 첫 발을 내디디는 데는 전략과 전술의 결과로 보인다. 아부다비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가 필요했다. 더구나 탄소배출제로 도시 건설을 2016년도까지 완료해야 하는 아부다비로서는 공기 단축이 필수적이었으리라는 추정이다. 원전 운영 경험이 없는 아부다비로서는 완공 후 운영노하우와 함께 검증된 운영 인력이 필수적이다.

아부다비가 필요로 하는 공기와 운영 경험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건설은 물론 운영, 유지보수와 송변전 등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한 컨소시움 구성이 필수적이었다. 아부다비원자력청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술에서 승리한 것이다. 해외원전 경험이 없는 한국이 전략적으로 선택 할 수 있었던 전술은 선진국들이 부족한 감성적 접근이었다.

세계 어느 나라 원전이든 해외기업들의 진출은 완벽한 상태에서 기술이나 가격경쟁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터무니없이 낮은 덤핑가격이나 위험부담이 큰 고정계약으로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추측성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해외원전시장의 특성을 너무 가볍게 보는 측면이 있다. 해외플랜트 계약은 모두 고정계약이라는 사실을 굳이 외면하는 이유도 없다.

해외 원전시장 진출로 우리나라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 가치를 현 시점에서 다 밝혀내지는 못한다. 종합기술의 결정체인 원전건설 참여만으로도 기술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다. 원전시장이 커질수록 국내 전문가들의 해외시장 진출 기회도 넓어진다. 첫 해외 원전 건설이 성공적으로 완수 될 수 있도록 역량을 결집 할 때다. 해외 원전시장 진출의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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