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인류에게 도구로서 뿐만 아니라 문명을 일으키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 그러나 이처럼 인류문명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던 불의 사용은 현대사회에 들어와 각종 화재로 인해 인간사회의 파괴자, 재앙의 원인으로도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불의 사용에는 인류문명 측면에서 여전히 중요한 의미가 부여되었지만, 그 관리 및 안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적극적 화재대처 필요

1666년 영국 런던의 전 지역을 휩쓸고 간 대화재의 참상은 화재의 위험성과 화재 예방의 중요성, 화재에 대한 기술적 접근의 필요성을 인식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이후 서구사회는 화재의 양상, 화재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 화재를 제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 등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화재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산업과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다중이용시설의 증가, 다양한 사회적 수요를 반영하는 새로운 건축 재료의 사용 등으로 건축물 화재는 대형화재가 되어 수많은 인명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밀집도 높을수록 피해 커

지난 10년 동안의 공식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화재발생 건수는 매년 평균 4.3% 증가하고 있으며 2005년 한해에만 3만2천340건의 화재가 발생해 2천300 여명의 인명피해, 약 1천700 억원의 재산피해를 초래했다. 1995년도와 비교해볼 때 2005년도 화재발생건수는 약 24%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밀집돼 있는 고층 건축물 및 다중이용시설물 등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생각보다도 훨씬 심각하다. 이러한 간단한 통계자료만 보더라도 화재로부터 매년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재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화재에 대한 기술적 이해 및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기술적, 사회적 요인에 대한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다. 건축물 화재안전 확보의 최종목표가 인명과 재산의 보호라고 할 때, 복잡하고 다양한 화재의 성상 및 메커니즘을 공학적 수단을 이용해 규명하고, 화재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총체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내화구조 설계 도입해야

또한 지금까지 국내 화재연구는 내화구조 등 건축물 구조안전성 확보에 치중해 왔다. 그러나 대구 지하철 화재, 인천 피아노학원 화재 등 최근에 발생한 화재에서의 인명피해는 건축물의 구조적 붕괴 및 화재에의 직접 노출에 의해서 라기 보다는 건축내장재, 가구류, 각종 화학물질의 유독가스 배출 및 산소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것임이 밝혀지고 있다. 화재 시 유독가스에 의한 위험은 도심 건축물의 밀집화, 다중이용시설 및 지하공간 활용의 증가 등과 맞물려 그 위험성이 더욱 더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화재 시 건축물 내부마감재료의 위험성에 대해 정부에서도 그 심각성을 인지하여 2006년 11월 ‘건축물 내부마감재료의 난연성능기준’을 새로 제정, 국내 건설현장에 적용하기 시작하는 등 건축물 내장재료의 화재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시험기관 및 연구기관 역시 시험시설의 구축 및 기술인력의 확보 등 사회적·기술적 인프라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시험인프라 구축 시급

선진국에서는 성능규격 중심의 화재안전평가를 이미 시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최근 화재안전기준을 성능중심 평가로 그 방향성을 수정하기 위한 화재안전 시험, 평가방법 개발 및 적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부합되는 내장재의 화재 안전성 평가방법의 도입을 시도한 것은 화재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의미 있는 개선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에게는 내화구조 성능설계 도입 등 해결해야할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복지사회를 지향하는 오늘날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화재안전성 확보 등 안전이라는 화두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사안이다. 특히 대부분 인재에 속하는 화재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과 시장여건이 먼저 확보돼 한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화재안전분야에 대한 국제수준의 시험연구 인프라의 구축, 개발 및 실용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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