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기준은 국토부, 속도는 경찰청 소관

     차량성능 못따라간 규제로 범법자 양산

    ‘고속=사고’는 근시안… 수요자 고려해야



우리나라에도 2010년부터는 속도 120km 도로가 등장하게 될 것 같다. 그런데 고속도로의 속도 제한 결정을 하는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고속도로 설계기준은 국토부 소관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정작 속도를 결정하는 기관은 경찰청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주인과 관리자가 서로 다른 것일까?

그러나 수요자인 운전자들은 이미 120km를 넘어 달리고 있다. 단지 단속 카메라만 의식할 뿐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중형급 이상의 차는 이미 최고 속도 260km의 계기판을 가지고 나온다. 국내에서 적발된 고속도로 최고 속도는 355km로 알려져 있다. 도로의 최대 수요자인 차량은 이미 200km를 넘고 있는데 정작 도로는 아직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지 않다.

도로의 설계변수는 수평적으로는 곡선반경, 수직적으로는 경사도, 그리고 차선의 폭과 간격, 평탄성이 좌우한다. 설계변수는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의 성능을 고려하여 결정하게 된다. 속도를 높일수록 직선화ㆍ평탄화로 가게 되면 당연히 건설비가 많이 들게 된다. 여기에는 도로 설계자들이 고려하지 못하는 게 있는 것 같다. 차량 성능 부문이다.

예를 들어 1904년에 개통된 경부선철도의 속도는 36km정도였다. 당연히 이 당시 철도선로 설계기준이었으리라 본다. 2002년경에 철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존 경부선에서도 최고 속도 170km가 가능하다고 했다. 동일한 선로에서 4.2배 이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 이유는 달리는 열차의 성능이 급격히 향상되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고속도로도 유사한 개념을 도입해 보면 비록 100km 설계기준으로 건설했지만 설계 당시 차량 성능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날 수 있음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약 125년 전 독일의 칼 벤츠가 생산한 차량의 성능은 16km임에 비해 시외도로의 최고 속도 제한은 11km였다고 한다. 11km는 마차가 달리는 속도보다 느리다. 당연히 차량의 성능을 도로 성능이 못 쫓아 간 셈이다. 무한질주로 대표되는 독일 고속도로 아우토반의 설계기준은 통상 165km정도로 알려져 있다. 개인 운전자들은 속도 제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140km정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대한토목학회에서 2003년에 개최한 세미나 자료에 의하면 한국에 속도 200km 초고속도로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있다. 차량 성능이 300km를 넘기는 건 시간문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아시안하이웨이 건설을 염두에 둔 제안이었다.

경부고속도 개통 당시에만 해도 차량성능이 고속도로 성능을 못 쫓아 간 셈이다. 무한질주로 대표되는 독일 고속도로 아우토반의 설계기준은 통상 165km정도로 알려져 있다. 개인 운전자들은 속도 제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140km정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대한토목학회에서 2003년에 개최한 세미나 자료에 의하면 한국에 속도 200km 초고속도로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있다. 차량 성능이 300km를 넘기는 건 시간문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아시안하이웨이 건설을 염두에 둔 제안이었다. 경부고속도 개통 당시에만 해도 차량성능이 고속도로 성능을 못 쫓아 갈 정도였다.

현재는 정반대 현상이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차량성능에 맞춘 도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대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국토부가 건설교통 10대 연구과제에 초고속도로 기술개발을 포함시켰다. 비록 당초 계획 및 취지와 달리 속도보다 종합기능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차이점은 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움직이는 도로설계기술을 구상하고 있었다.

즉, 도로면에 자기부상판을 설치하여 차량이 움직이지 않고 도로가 시속 480km로 움직이는 개념이었다. 일본도 유엔개발기구가 제안한 아시안하이웨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판단된다. 한ㆍ일 모두 무언이지만 아시안하이웨이가 가시화 될 경우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주도권을 미리 확보하자는 전략 구상이 다분히 숨겨져 있다.

국내 고속도로는 성능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신설고속도로의 경우 120km의 성능을 가졌음에도 불구 제한속도는 110km다. 단속만 의식하지 않으면 대부분 130km로 달린다. 보편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고속=사고’라는 등식은 차량 성능을 고려하면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독일 아우토반의 사고율이 속도 제한을 가진 미국의 고속도로 사고의 1/3수준이라는 사실이나 국내 차량손해보험사들이 제기하는 수치가 과속보다는 졸음이나 운전자 미숙이 훨씬 많다는 사실에서도 속도와 사고는 정비례 하지 않는다.

도로 주행속도가 주인에 의해 결정되는 게 독일식이다. 한국식은 주인도 아닌 규제자가 속도를 결정하는 식이다. 차량 성능을 못 따라 가는 규제로 인해 과다 설계는 물론 속도위반 범법자를 양산하는 지금의 형태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고속도로의 주인은 국토부다. 수요자는 차량 운행자들이다. 수요자 눈높이에 맞춘 속도 규제 행정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에 와 있는 것 같다. 최근 중국과 프랑스의 지방도로를 이용하면서 느낀 점은 국도보다 못한 도로도 130km를 허용하는 지혜가 정말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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