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설산업 경쟁력을 높이자

공기는 미·일에 비해 1.3~3배 더 소요
싱가포르·대만 보다도 생산성 떨어져
민·관부문 연구개발투자 대폭 확대해야


건설산업에 있어 기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건설산업이 도약을 꾀하고 대외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 건설의 날을 맞아 국내 건설기술의 현황과 발전방안을 알아본다.

지난 40년간 양적인 성장을 거듭해온 국내 건설산업의 기술 수준과 외국의 기술수준을 단순히 수치적으로 비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최근 쏟아지고 있는 각종 자료를 보면 국내 건설기술의 수준이 어느정도 수준인지 가늠할 있다. 이들 자료를 보면 국내 민간 및 공공부문의 건설공사 기간은 미국과 일본등에 비해 1.3~3배나 더 소요되고 공사비도 10~53%나 더 투입는등 선진외국에 비해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1단계 221km 구간 준공에 소요된 기간이 154개월로 대만고속철도 354km 건설기간 70개월보다 약 2.2배나 더 소요됐다. 또 40층 주거용 건축물 공사의 경우 국내는 평균 33개월이 걸렸으나 미국은 18개월로 국내업체들이 1.8배나 더 걸렸으며 오피스 빌딩의 경우 층당 건축소요일수는 한국이 31.3일, 미국 12.8일, 일본 24.1일로 한국이 미국의 2.5배, 일본의 1.3배나 더 소요됐다.

뿐만 아니라 공사비에 있어서도 서울 2기 지하철 건설비용은 km당 609억원으로 싱가포르 470억원보다 130% 정도가 더 소요됐으며 공동주택 건립비용도 영국에 비해 23%, 미국보다 9%가 비싸며 중층규모의 상업용 건축물도 영국에 비해 2.6%, 미국에 비해 53%나 높았다.

국내 건설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의 바탕에는 그동안 기술개발을 외면하고 단순히 하드웨어적인 시공물량 확대등 양적인 성장에만 치우쳤다는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건설산업은 지난 60년대 이후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통한 국토개발을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고 국가 자립 경제 확립에 지대한 공헌했다는 점은 누구라도 부정하기 어렵다. 지금도 건설투자액이 국내 총생산액의 15%에 달하고 전체 고용자의 8%정도가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정부 예산중 SOC 투자비율이 15%에 이르는등 경제적 파급효과는 지대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IMF 환란이후 국내 건설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누누이 역설해 오고 있다. 80년대 초반 세계건설시장 점유율 2위에서 현재는 중국에게마저 추월당하고 있는가 하면 국내 건설시장규모도 증가세가 줄어들고 업체수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대다수의 업체가 경영난에 봉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기술경쟁력이 떨어졌고 이로 인해 기존에 확보했던 단순시공부문의 해외건설시장 마저 중국등 후발국가에게 뒤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건설산업이 미래 국가경쟁력 확보의 기반 및 중추산업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미래기술 수요와 환경 변화를 예측하는 고도집약형 첨단융합형 건설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건설기술 개발의 계량적 효과는 건설사업 추진상의 직접적 성과와 국민 복지 및 안전등 간접적인 성과를 합치면 첨단기술산업에 못지 않다고 주장한다.

건설기술의 개발은 우선 실용성과 고부가가치화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고도집약형, 융합형 건설기술을 확보하고 IT를 접목한 정보화기술 개발이 그것이다.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기술 활용기반 및 제도 확충이 필요하고 건설최고경영자의 지속적인 적용노력이 뒤따라야 하며 그 바탕에는 기술개발에 대한 실용화 및 고부가가치화 전략이 동시에 계획되어져야 한다.

또한 혁신에 기반한 건설기술이 개발돼야 한다. 기존의 공법 및 재료를 탈피한 혁신적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건설산업에 있어 기술개발은 기업의 미래전략과 부합할 필요가 있으며 미래 건설기업은 전문화된 영역으로 영역의 범위는 줄이되 깊이를 확보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유럽의 건설산업 구조는 건설업체의 97%이상이 중소기업내지 종업원 10명미만의 초미니 기업이며 대기업들도 지속적으로 전문화된 분야로 분할하며 사업관리분야로 변하고 있음을 고려해볼 대목이다.

특히 일본의 죠다이사의 경우 30여년간 해외진출을 위해 교량분야를 전문화했고 그결과 장대교량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수준을 확보, 각국의 주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또 국내의 한 업체의 경우도 회사 구조를 토공, 지반, 철골구조물등 다영역에서 기초지반분야 전문업체로 변화를 선언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현재의 건설기술은 이미 친환경적으로 변했고 사람을 우선시하는 지속가능한 기술로 변하고 있음을 감안해 기술을 개발해야 함은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같은 건설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미래 건설기술 수요를 예측하고 획기적인 연구개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건설교통부가 지난해 마련한 ‘건설기술혁신 5개년계획’과 건설기술지도의 경우 선진국에 대한 미래기술 수요 벤치마킹 조항이 미흡한 실정이다. 그러나 기술에 대한 미래수요 예측은 신규시장 선점 및 기술경쟁력 확보의 기반이 되므로 선진국에 대한 정기적인 벤치마킹과 세계 건설시장 분석이 필요하다.

연구개발 예산의 획기적인 증가가 절실하다. 올 정부예산을 보면 전체 연구개발 예산에서 건설 연구개발 예산은 1.29%로 매우 적고 건교부 전체예산의 0.5% 수준인 755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를 1.0%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이 절실하다. 민간부문에서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율이 2002년의 경우 1.19%에 불과했다. 이를 제조업이나 선진국 수준인 2%대로 높여야 하고 연구개발 성과 관리체계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연구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체의 기술개발에 대한 관심 부재는 단기적으로 수익개선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 후유증은 선진국과의 기술수준 격차로 나타나고 글로벌 경쟁시대의 탈락자로 남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하드웨어적인 시공분야의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 성향이 강한 엔지니어링분야의 기술력 향상과 선진화에 필수적인 기술 확보 노력이 절실한 것이다.〈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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