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등록제 전환후 브랜드가치 상승

   
일본 도요타자동차 회사의 간판 차종이 잇달아 리콜당하는 사태를 보면서 브랜드 가치를 생각해 본다. 도요타자동차의 간판 자동차는 캠리와 렉서스다. 보통 사람들은 캠리는 도요타산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렉서스는 다른 자동차회사 제품으로 알고 있다.

간판과 브랜드 차이를 구분하는 방법을 보자.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여성들이 찾는 명품과 짝퉁 핸드백을 예를 든다. 비 올 때 명품은 가슴에 안고 뛰지만 짝퉁은 머리에 이고 띈다. 명품은 흠이 나면 수리를 하지만 짝퉁은 일회용으로 버린다. 한 가지 공통점은 구매자가 명품과 짝퉁을 구분해서 선택하고 값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명품은 자기 몸처럼 아끼지만 짝퉁은 소모품에 불과 할 뿐이다.

건설시장으로 돌아와 보자. 건설회사의 간판은 회사명이다.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등록해야 한다. 1990년대 이전 면허시대에는 회사간판을 다는 데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1980년대 초반까지 일반건설업체의 경우 간판 값만 수십억원까지 달한 적이 있었다. 면허제가 등록제로 바뀌면서 간판 거래가 사라지게 되었다. 간판 값이 사라지면서 등장하게 된 게 바로 브랜드명이다. 국내 건설산업에서 건설기업들이 브랜드명을 사용하기 시작한 게 바로 아파트다. 건설회사들은 아파트브랜드로 차별화를 시작했다.

같은 지역에서 건설하는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브랜드에 따라 값이 차이가 난다. 이 가격 차이를 공급자가 아닌 구매자의 수요가 지배하는 특징이 있다. 건설시장에도 간판보다 브랜드가 가치를 좌우 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간판 달기가 쉽다. 국내 건설산업도 등록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는 게 시간의 선택문제로 남아 있다.

2008년도부터 준비해서 2009년 3월26일에 확정한 ‘건설산업선진화’ 초안에서 주요 아젠다로 등장했던 게 바로 ‘업역 파괴’였다. 취지와 달리 업계의 반대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주요한 이슈임에는 틀림없다. 업역 파괴의 의미는 간판으로 일 할 수 있는 시대의 종식이다. 간판이 종식된 이후부터는 기업의 브랜드가 수요자의 선택을 좌우하게 된다. 간판은 객관적 판단이 일부 가능한 측면이 있지만 브랜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가 지배한다.

건설기업의 브랜드를 상상해 본다. 1990년 쿠웨이트 유전이 이라크군에 의해 철저히 파괴된 직후 미군 중심의 연합군 반격 이후 가장 먼저 찾은 기업이 미국의 B사였다. 태풍으로 파괴된 뉴올리언스 복구와 월드트레이드센타 붕괴 후 긴급 처리를 위해 급히 찾은 기업도 B사였다. B사는 가격은 비싸지만 공기는 어느 기업보다 빨리, 그리고 반드시 책임은 완수한다는 것으로 전 세계 주요 발주기관에 알려진 글로벌 기업이다.

건설기업이 브랜드를 가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뭔가를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건설기업이 기술브랜드를 가지기 위해서는 인력과 시스템을 보유해야 한다. 그리고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회사명 혹은 간판만으로는 아무것도 구분하지 못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건설기업들의 간판에 ‘건설(construction)’이라는 단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명을 보면 무엇을 잘 할 수 있는 기업인지를 안다.

국내시장은 간판시대가 가고 브랜드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본다. 브랜드는 차별화가 필수적이다. 다 잘하기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선택한 것만으로 시장에서 생존하기는 어렵다. 일정 부분은 아웃소싱으로 해결해야 하는 게 건설시장의 숙명이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노무제공제를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직접시공과 직영시공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인력과 장비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은 건설공사와 시장의 특성을 부정해야 가능하다. 전문공사업체도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00% 직접시공은 극히 예외에 속한다. 기업의 브랜드 기술은 직접시공이 원칙이지만 브랜드기술 외 부문은 아웃소싱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과 시장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나 홀로 간판은 가능하다. 그러나 나 홀로 브랜드는 불가능하다. 조직과 인력이 필요하다.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팀웍이 절대적인 힘이 된다. 조직이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는 팀웍이 필수다. 팀웍은 기업의 비전과 목표가 공유 될 때 움직이기 시작한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소속감과 미래 비전을 공유시켜야 한다. 한시적 보상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한다.

기업은 주력 공종 혹은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선택된 상품이나 공종에서 핵심기술은 반드시 자체 내 생산 및 관리역량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모든 공종 혹은 모든 상품에서 다 잘 할 수 없다. 특히 전문공사업은 특정 상품이나 공종에 집중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일반건설업체와 차별화가 필요하다. 선진화 될수록 법·제도의 역할보다는 시장의 선택 기능이 강화된다. 법·제도는 간판이 중요하지만 시장의 선택은 브랜드가치를 훨씬 중요시 한다. 법·제도는 국가간 이동이 어렵지만 브랜드는 국가 장벽이 없다.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간판보다 브랜드가 중요 해 지는 이유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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