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업을 되새겨본 계기가 된 2가지 화제가 있다. 하나는 국내 최대 건설회사인 현대건설의 매각이며 다른 하나는 건설회사의 실적공사비가 6년 동안 거의 제자리에 그쳤다는 소식이다.

올 한해 매출예상액 10조원으로 건설업계 1위 업체, 명실공히 이 나라 건설업의 대표 주자가 매물로 나와 수조원의 프리미엄이 붙여 팔린 것은 가히 화제가 될 만하다.

반면 어떻게 건설업체가 정부에서 수주하는 공사비는 한해도 아니고 6년 동안 겨우 0.76% 오른 데 그쳤으며 하락한 품목도 적지 않을 수 있었느냐 의문이다. 엇갈리는 건설업의 명암은 오늘의 건설업계를 되새겨보게 한다.

정주영 회장, ‘매력 1위’로 꼽아

지난 15일 매입 접수를 받은 현대건설은 단연 세간의 화제였다. 10년 전 부도가 난 후 가까스로 회생해 현대건설의 새 주인이 누가 될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물론 과거 한 집안이었던 시아주버니인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제수인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간의 주도권싸움이 흥미를 돋웠다.

또 현대건설이 갖고 있는 현대상선 주식을 누가 차지하느냐로 현대그룹의 위상이 흔들리는 계산이 작용한 탓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당초 예상가보다 2조원 이상 높은 5조5000억원의 입찰가를 써내고 현대건설을 차지할 만큼 건설업의 매력은 여전한 것인가, 의문은 여전하다.

5년 전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대우건설(2005년 당시 매출액 5조원대)을 인수한 후 그룹 자체가 휘청거리다 결국 지난해 다시 대우건설을 토해내지 않았던가. 과연 재벌들이 이렇게 건설회사를 기를 쓰고 인수할 만한 업종별 매력이 있기는 있는 것인가, 국민들은 궁금하다.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고 정주영 회장은 계열기업 가운데 가장 매력이 있는 기업으로 건설업을 꼽았다고 한다. 성취감과 함께 ‘잘만 하면 무엇보다도 돈도 많이 남길 수 있어서’였다. 그는 “‘경제인’이라기보다 건설업을 하는 ‘건설인’으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그의 말에서 주목되는 것은 건설업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가 이윤이 많다고 평가한 점이다. 그러나 오늘날 정 회장이 생존해있다면 여전히 건설업을 첫 순위로 꼽았을까는 의문이다. 현대건설의 한해 매출액은 삼성전자 올 3분기 매출액(40조원)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실적공사비 합리적 조정을

더욱이 정부에서 인정해주는 건설업종의 실적공사비 평균단가만 보면 정 회장은 깜짝 놀랐을 것이다. 지난 2004년 도입된 ‘실적공사비’란 재료비와 노무비 등을 반영해 이미 수행한 건설공사의 계약단가를 기초로 해서 중앙관서의 부서장이 인정한 것이다.

철근가공 및 조립 공종의 2010년 하반기 실적공사비 단가는 2004년 상반기에 비해 85%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도로공사 내역서 90개 실적공사비 공종의 단순평균단가 변동률은 5년 전보다 15.36% 하락했다. 물론 지난 6년간 기술 발전으로 공사 단가 절감 요인이 적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한해 물가가 3% 이상을 올랐을 것이고 지난 9월 소비자 물가가 3.6%, 10월 4.2%가 뛸 정도로 물가가 폭등한 현실에서 이런 방식으로 실적공사비가 유지되어야 하는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건설업이 과거처럼 이익을 많이 남기는 매력 업종이 못되더라도 공사 단가가 최소한 합리적인 수준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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