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개정 모두 11차례… 최근 또 보완 활발
법 아무리 바꿔도 집행 안되면 무용지물
개정은 신속·집행은 철저해야 동반성장

제19대 국회 개원과 함께 하도급법 개정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년 7월 현재까지 여·야가 이미 6개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최근 경제민주화나 대·중소기업 양극화 문제 등이 주요 이슈로 등장할 때마다 함께 거론되는 것이 하도급법 개정 논의이다.

돌이켜보면 하도급법은 1984년 12월 제정된 이후 11차례 개정됐는데 2008년 3월 8차부터 2011년 3월 11차까지는 매년 한 차례씩 개정될 정도였다. 8차 이후 개정에서는 계약서가 없는 경우에 하도급 계약을 추정하는 제도를 도입했고, 상습 법위반 사업자에 대해 조치 수준을 가중하거나 명단을 공표하는 등의 제재가 강화됐다.

또한 원재료 가격 변동 시 개별 수급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조정해줄 것을 원사업자에게 신청할 수 있는 납품단가 조정신청제도를 도입했고, 개별 수급사업자가 아니라 조합이 조합원인 수급사업자를 대신하여 대금조정을 신청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아울러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요구하고 유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개정도 이뤄졌다.

이처럼 빈번한 법·제도 보완에도 불구하고 원사업자의 부당 단가인하 등으로 수급사업자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고, 이는 하도급법 개정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여·야가 발의한 6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 부당 단가인하 등으로부터 수급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위법성 구성요건을 완화하고, 중소기업조합에 납품단가조정 협의권을 부여하며, 위법행위(기술탈취를 포함)에 대해 검찰고발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둘째, 위반행위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징벌 수준을 3배에서 10배까지 강화하는 개정안이 있고, 그 범위를 부당 단가인하, 인력탈취, 서면 미교부 등으로 확대하는 개정안도 있다.

셋째, 전반적으로 수급사업자 보호와 위반사업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개정안이다. 하도급대금이나 선급금 지급기한 단축, 법위반 사업자에 대한 공공입찰 참가 자격제한, 수급사업자의 인력탈취 금지 등을 주요내용으로 한다.

이런 개정안은 모두 수급사업자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것이지만, 그 중에는 법개정안으로 당장 확정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앞으로 정치권, 경제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법개정안이 확정될 것이다.

그런데 법개정에 앞서 관심을 가져야 할 점은 현실적으로 법집행의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수급사업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기존의 법적인 틀 내에서라도 엄정한 집행을 하는 것이 법개정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수급사업자를 충실히 보호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으면 그런 법·제도는 무용지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급사업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법안이 계속 마련되는 경우 대기업은 이들 수급사업자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해외로 거래선을 바꾸어 버릴 수도 있으므로 법개정이 오히려 수급사업자에게 이득은커녕 손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공정위는 동반성장을 위한 법집행에 역점을 두고 있다.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협약의 내실화와 체결 확산, 서면 미교부·부당 단가인하·기술 탈취와 같은 3대 핵심 불공정행위 시정, 상습 법위반사업자에 대한 제재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제조·건설·용역분야 6만개 사업자에 대한 서면실태조사, 핫라인 운영을 통한 수급사업자의 애로사항 청취와 개선 등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이러한 노력이 계속되면서 서면 미교부 관행이나 부당한 단가인하 요구 등이 개선되고,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많이 들리고 있다. 이것은 새로운 법·제도 개선과 함께 이를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경제여건이 어려워지면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당한 단가인하, 발주 취소, 반품 등은 중소기업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이미 상당부분 마련되어 있지만 이를 더욱 보강하려는 법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완벽한 제도를 마련하느라 자칫하면 법개정이 지연되거나 법집행에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 대·중소기업의 의견을 적절히 반영하여 신속하게 법개정이 이루어지고 이를 차질없이 집행함으로써 동반성장 분위기가 확고히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지철호 공정거래위원회 기업협력국장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