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개선불구 중기 40% ‘불공정’ 고통
징벌적손배제는 장기적으론 상생에 효과
전면시행보다 불공정행위 등 우선적용을

지금까지 정부는 하도급 불공정행위의 근절 및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라는 큰 목표 하에 하도급 규범을 강화하고, 공정거래협약의 체결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해 왔다.

이러한 정책들은 중소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불공정행위들을 타파하고 중소기업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을 활성화시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제조업종에 대한 수급사업자 서면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40% 이상의 중소기업이 납품단가 인하요구나 미조정과 같은 거래상 불공정관행으로 애로를 겪고 있고,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나 종사자 간 소득 격차 등의 측면에서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는 등 아직 경제민주화를 위하여 해결해야 할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하도급 거래질서 개선을 위해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확대 도입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악의적·반사회적 행위에 대해 실손해의 배상 외에 징벌적 의미에서 추가적인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제도로 우리 법상으로는 지난 2011. 3. 29.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처음 도입되었다.

이에 따르면 원사업자의 기술탈취·유용으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발생한 손해의 3배까지 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다.

현재 국회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다수의 하도급법 개정안이 계류 중에 있고, 그 내용과 범위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실손배상을 원칙으로 하는 우리나라 법체계에 맞지 않고, 원사업자를 이중처벌하거나 과잉처벌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하면서 그 확대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법상 실손배상의 원칙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법령들이 실제 손해의 배상을 기본으로 하여 제정되어 왔다는 의미이지, 실손배상 이상의 손해배상을 내용으로 하는 법을 제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하도급법상 기술탈취·유용행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어 있으므로, 그 원칙에도 이미 예외가 인정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징벌적 손해배상은 민사적 차원의 문제로, 행정제재인 과징금이나 형사제재인 벌금 등과는 법적 차원을 달리하고, 그 배상의 범위도 3배 이내로 하여 과징금이나 벌금 등의 부과내용에 따라 금액이 경감될 여지가 존재하므로, 이중처벌이나 과잉처벌이 문제될 여지 또한 크지 않다.

오히려, 관행적으로 발생하는 불공정행위를 보다 효율적으로 억제하고, 원사업자의 불공정행위로 피해를 본 수급사업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보다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관행적으로 발생하여 수급사업자에게 큰 애로사항으로 작용하는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공적인 감시활동과 제재도 필요하지만,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반행위를 시장 스스로의 매커니즘으로 사전에 억제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실손해 배상 이상의 배상을 통해 직·간접적 피해를 중소기업이 충분히 보전받게 되면 피해 중소기업은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구제에 나설 유인이 생기고, 동시에 행정기관이 적발하지 못한 위법행위에 대한 충분한 제재도 가능하여 국가 전체적으로 하도급 거래질서가 많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중소기업 간에 완전히 대등한 거래상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수급사업자의 지위를 어느 정도 격상시키는 것은 동반성장하는 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서의 의미도 있다고 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기업 생태계의 대외적 경쟁력이 확보되는 것은 물론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이 마련되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가 상생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발주받은 물품을 다 완성한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부당 발주취소나 부당 반품과 같이 수급사업자가 예측할 수 없고, 해당 기업의 부실까지 초래하는 큰 손해를 줄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우선적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우리나라의 잘못된 하도급거래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적 대안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정책적 방향을 모색하고,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여 최대한의 정책적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설계해 운용함으로써 법위반 예방 및 억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협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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