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평균 28회 지진발생… ‘안전지대’ 옛말
전체 건물 82%가 내진설계 안돼 재난 취약
내진 전면적용·보강기술 개발 등 발등의 불

지난 2013년 4월 20일 중국 쓰촨성에서 진도 7.0의 지진으로 2000여 명의 사상자와 실종자가 생겼고 전남 신안군 흑산면 바다에서 진도 4.9의 지진이 지난 21일 발생하였다. 국내에서도 지진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의 내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대표적 고위험 지진대에 위치하는 일본, 미국 등의 주변국보다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역사서에 기록된 여러 가지 지진기록으로부터 볼 때, 우리나라도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즉, 우리나라의 최초 역사서인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지진기록은 약 100여 건 이상으로 이후 체계적인 관측이 가능한 고려시대에는 470여 년간 모두 190건으로 증가되며, 조선왕조실록에서는 무려 2000건에 가까운 지진기록이 보고되고 있다.

또한, 최근의 각종 통계자료에 의하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빈도 및 규모도 점차 증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지진관측이 시작된 것은 1978년의 홍성지진으로서 이후 지난 33년(1978~2010년)간 총 922회의 지진이 관측되어 연평균 28회의 빈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중 유감지진 횟수가 227회이며, 지진규모(Magnitude) 4.0 이상의 지진발생도 33회로 증가추세에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지진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 구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건축물에 대한 내진(지진을 견디어 내는 성질)설계기준이 제정된 것은 1988년으로서, 이후 증가하는 지진발생 및 지진피해 사례보고에 따라 단계적으로 강화되어 최근에는 3층 이상 대부분의 건축물에 강화된 내진설계기준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내진설계 제정 이전의 건축물은 지진피해에 대해 취약한 상태로, 아직 전체 시설물의 약 82% 정도에 해당되는 건축물이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이러한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는 우선 다음과 같은 사항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첫째로 건축구조기술사가 건축분야 내진관련 설계 및 기존 건축물에 대한 내진보강설계 및 평가 등에 대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내진분야는 건축구조기술사 등이 담당해야하는 고난이도의 기술 분야임에도 인ㆍ허가 절차상의 문제 및 낮은 설계 용역비 등으로 인해 내진설계 및 기술이 건축물에 반영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둘째로 큰 규모의 지진발생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모든 신축건물에 대한 내진설계 적용을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도시는 건물들이 빽빽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기 때문에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은 건물이 무너질 경우 다른 내진설계 건물들에게 영향을 주어 피해를 키울 수 있다. 

셋째로 앞으로는 지진에 취약한 구조를 가진 집이나 아파트 혹은 빌딩을 짓는 것을 제도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예로 건물 전체 또는 일부를 지상(地上)에서 기둥으로 들어 올려 건물을 지상에서 분리시킴으로써 만들어지는 공간을 주차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다세대 다가구 주택인 빌라 등이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 지역에 많이 건설되었다. 이러한 건물들은 지진에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지진에 취약한 이런 건물들이 도시에 생기는 것을 제한하는 규제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넷째로 기존 건축물의 내진성능을 보강하기 위한 기술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국내의 건축물에 대한 내진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 정부부처 및 내진관련 교수 및 연구자 그리고 산업계 등이 모여 현실적으로 기존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건축물에 적용될 수 있는 시설물의 내진보강 공사를 위한 기술기준의 정립이 시급히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국내 건축물에 적용할 수 있는 내진보강 기술개발이 시급하다. 국내 건축물의 상당수는 기둥이 없이 벽돌 또는 블록, 돌 등을  모르타르(시멘트+모래+물)등을 이용해 쌓아올리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지진에 매우 취약하다.

또한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상당수의 다세대 다가구 주택인 빌라는 지진에 매우 취약한 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이러한 지진에 취약한 국내 건축물의 특징을 고려하여 실질적 효과가 있는 한국형 내진보강 공법이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건축물에 대한 내진기술 도입이 돈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일본의 경우를 보라! 일본인들은 지난 50년 동안 발생한다고 가정했던 모든 지진에 충분히 대비했다고 생각했고 그리하여 원자력 발전소도 세웠다. 누가 1000년 만에 한 번 발생하는 진도 9.0의 지진이 일본인들의 바로 앞바다에서 발생하고 히로시마 원폭피해와 같은 사고를 걱정해야 되는 처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겠는가?   /우효섭 한국건설기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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