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약가계부서 SOC 투자 11조 싹뚝
‘사회적약자 SOC’ 개척 등 발상전환 필요
업계 폐쇄문화 버리고 기술투자 지속해야

정부는 지난 5월31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임기 동안의 국정과제 실천계획과 공약 수행에 소요되는 재원의 구체적 마련 계획이 들어있는 ‘공약 가계부’를 확정·발표했다.

정부는 140개의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데 5년간 총 134조8000억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가운데 공약 실천을 위해 재정이 투입되는 전체 104개 항목 중 52개의 항목이 복지 부문이다. 금액기준으로 79조3000억원으로 전체 소요예산 134조8000억원의 58.8%이다.

그리고 특히 이번 정부의 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시설(SOC) 부문에서 5년간 11조6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향후 정부가 ‘복지확대’와 ‘균형재정 달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간접시설물에 대한 신규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정부의 이러한 국정기조나 예산투자 방향에 따라 건설업계의 대응도 빨라져야 한다.

그러면 앞으로 신규 대형 SOC사업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내건설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첫째로 국내 건설업계는 SOC 시설물의 사용자를 알고 한층 서비스 체감도가 높은 시설물을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국내 건설업은 아직도 과거 산업성장기처럼 SOC 시설을 만들기만 하면 수요자가 있다는 패러다임에 빠져 있다. 과거에  국내 건설기업은 SOC 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 시공능력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졌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 환경에서 건설업계는 SOC 시설물의 시공능력뿐만 아니라 시설물들에 대한 이용자 수 극대화를 통해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사업 발주자에게 제안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업계가 시설물들을 이용할 대상 국민들을 분석하고 이들이 편리하게 이용토록 건설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최근 저출산 문제와 서민복지 그리고 사회적 약자 보호가 주요 국가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서민이나 임산부와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SOC 건설 및 이의 시설물 관리가 중요해진다. 따라서 건설업계도 이러한 사회적 움직임에 맞추어 건설 사업을 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건설기업들도 시장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를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고 이에 맞추어 시설물을 설계하고 시공할 줄 알아야 한다.

둘째로 폐쇄성을 가진 건설업 문화의 특성을 떨쳐 버려야 한다. 현재 국가 현안 이나 국민들의 어려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건설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 문화의 폐쇄성과 정부의 규정과 지침만 따르면 된다는 건설업계의 안일한 생각 등으로 인해 귀중한 건설기술들이 현장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직면할 고령화 사회에 대응할 SOC 시설물의 건설과 유지에 필요한 기술들이 최근 많이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건설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적극적으로 현장에 적용되도록 하는 개방적인 문화가 건설업계 내에 조성돼야 한다.

동시에 국내 건설업계는 국가기준이나 지침 내에 이러한 기술들이 채택되도록 정부와 정치권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국가의 복지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SOC 시설이 건설되고 관리되도록 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건설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사업 추진을 정부와 정치권에 설득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셋째로 국내 건설업계도 국가 현안이나 국민들의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게 하는 건설기술에 대한 연구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과거 국내 건설업은 선진 외국의 기술을 국산화하여 적용함으로써 건설사업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들 해외기업들이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미지의 바다를 국내 건설업도 도전해야 한다. 국내에서 건설업계가 적극적으로 건설 신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해 문제점을 개선함으로써 이들이 향후 해외수주 확대를 위해 필요한 설계 및 시공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즉 국내 건설업이 해외의 경쟁자에 비해 약했던 설계 분야의 경쟁력은 이러한 새로운 건설기술의 개발과 적용 경험에서 배양될 수 있다.    /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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