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입법화로 공정계약 순기능 기대
적용과정 ‘부당성’ 해석싸고 논란 예상
정부의 강력한 법 집행이 사문화 막아

지난 6월 27일자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법률의 주요 핵심은, 불공정 특약의 효력을 부정하고 있고 불공정한 부당특약의 유형으로 ‘설계 변경이나 경제상황 변동 등에 따른 계약금액의 조정을 거부하는 경우’, ‘공사내역 변경에 따른 계약기간 변경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 ‘계약체결 당시 예상하기 어려운 내용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 ‘계약내용을 일방적으로 정해 이익을 침해한 경우’, ‘계약불이행 책임을 과도하게 정하는 경우’, ‘민법 등이 인정하는 권리를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경우’ 등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불공정한 부당특약의 남용을 사전적으로 예방하기 위하여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표준계약서의 작성·사용 권장의무도 부여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부당특약을 무효로 하는 건설산업기본법은 요즘 한창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갑을관계’에서 흔히 체결될 수 있는 ‘불공정’한 특약이 무효로 될 수 있다는 점이 법률에 의해 명시적으로 선언됨으로써 공사도급계약 체결 과정에서 공정한 계약체결을 유도하도록 하는 순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사실, 위와 같은 법 개정이 없더라도 우리 민법에는 부당특약을 무효로 할 수 있는 근거법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민법 제103조에서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04조에서는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불공정 특약사항이 무효로 해석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위와 같은 민법규정은 무효로 해석되는 경우가 요건에 의하여 엄격하게 한정되어 있고 요즘과 같은 현대적 거래관행에 대하여 위 민법규정들을 무한정 확대해석해 적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건설계약 분야에서 오랫동안 폐해로 인정되어 오던 불공정 특약행위의 유형을 아예 법률로 명시하여 무효로 선언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위와 같은 건설산업기본법의 개정취지에 발맞추어 하도급법도 부당특약을 금지시키는 개정안이 역시 국회를 통과했는데, 하도급법에서는 부당특약을 ‘서면에 기재되지 않은 비용을 부담시키는 약정’, ‘민원이나 산업재해 처리비용을 부담시키는 약정’, ‘입찰 내역에 없는 비용을 부담시키는 약정’,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제한하거나 원사업자의 의무를 전가하는 약정’ 등으로 예시하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이 순조로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듯이 하도급법 개정안도 그 개정취지가 크게 벗어나지 않아 국회에서 큰 무리 없이 통과됐다.

사실, 국회에서 의결된 건설산업기본법이나 하도급법 모두 현행 계약법 체­계하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조치들이다. 그동안 자유주의 계약법 체계하에서 일단 도장 찍은 자에 대하여 모든 책임을 지우던 원칙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고, 특히 건설계약의 영역에서 오랫동안 만연되어 곪아 왔었던 불공정 계약체결 관행을 법률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직접 선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개정취지는 단지 적용범위의 문제이지 끊임없이 입법론으로 거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와 같이 법률로써 무효로 선언하고 있는 ‘부당특약’의 ‘유형’이라는 것도 현실에 적용하여 해석함에 있어서는 재차 ‘부당성’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므로 결국은 불공정 계약체결의 관행이 실제 개선될지의 여부는 이를 해석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의 법 집행 및 해석권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법은 역사적 사회적 산물이다. 법이 제대로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는 법 입안자의 의도에 못지않게 이를 집행하는 정부의 강력한 실천의지에도 달려있다. 애매한 상황에서 특약이 ‘부당’한지에 관한 해석의 여부는 사법부의 몫이라는 태도는 무책임한 것이다.

아무리 강력한 법규정이라도 법 집행의 강력한 실천의지가 없는 경우에 사문화되는 것이 한 순간이라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증명이 되어 왔었다.  /박영만 법무법인 법여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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