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수주 등을 통한 예전 성장정책을 버려야 한다. 국민들에게 공공의 복지와 안전을 제공하는 서비스 공급자로 인정받을 때 새 성장동력이 발굴될 수 있다”

최근 대한건설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8월 현재 건설수주액은 13개월 연속해서 하락했다. 8월까지 건설기업들의 누계수주액은 51조8604억원으로 전년대비 24.2%나 감소했다. 문제는 이러한 국내기업들의 수주실적 하락과 정체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 건설기업들의 생존이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시점에서 건설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자국 내 시장이 성장하지 않거나 경기침체를 경험한 많은 선진국들의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채택함으로써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추구했다. 

이러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에는 첫째로 경쟁기업들이 모방할 수 없는 기업의 지식과 경험에 바탕을 둔 무형화(Intangibility)된 상품을 제공하는 데서 성장의 핵심역량을 발굴했다. 즉 경쟁기업들이 추격하기 쉬운 시공 위주의 유형적 상품 제공이 아닌 진입장벽이 높은 특허, 건설서비스라는 무형적인 상품을 시장에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로, 기업들은 협업(Collaboration)의 토대위에서 성장 해법을 찾았다. 글로벌 건설시장은 한동안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장을 둘러싼 시장 환경은 이제 하나의 기업이 모든 건설서비스 활동을 독자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은 사라졌다.

이제 지역별, 거점별로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서로 글로벌 네트워킹에 기반을 두고 서로 협력과 경쟁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셋째로 기업은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다각화(Diversification)를 통해서 성장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글로벌 건설회사들은 자국 시장에서의 성장 한계를 파악하고 누구보다도 빨리 국제화를 추진했다. 또한, 특정부문의 성장이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다각화를 통해 선진 외국기업들은 균형 있는 성장을 추구했다. 

국내 건설업도 선진국가의 기업들처럼 이러한 성장 패러다임을 반영해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 및 발전전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첫째로, 국내건설기업은 건설산업 시장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상품과 시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현재 내수시장 중심의 해외선진 건설전문회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선진기업들은 해외시장의 매출비중이 40% 이상이거나 심지어 80% 이상을 넘어서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현재 이러한 해외 건설기업들은 에너지, 서비스 등 비건설시장에서의 매출 비중이 40%를 넘는 복합회사로 전환하고 있다.

국내 건설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 기업의 시장경계를 제한하는 업무영역 체계의 개편과 함께 기업의 혁신과 경쟁을 제한하는 공급자 중심의 업무영역 보호 논리를 기업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둘째로 국내 건설업은 수요자의 요구사항에 맞춘 건설사업을 기획·제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즉 고령화 사회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도시 건설 기획, 급속한 도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설사업 기획, 파주의 출판단지처럼 문화와 연결될 수 있는 생활환경 기획, 고품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사업 기획 등을 통해 국내 건설업은 국민들의 현안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이 정부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전문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국내 건설사 내에서 협력할 때 이러한 건설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발굴될 수 있다. 

세번째로 국내건설기업의 성장전략이 ‘건설서비스’가 되는 산업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동안의 단순시공 및 물량 확보를 통한 산업정책만으로는 더 이상 건설업의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국내 건설사들은 건설기술자뿐만 아니라 사업기획, 재무, 에너지, 사업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확보를 통해 ‘일괄적인 건설 서비스’를 국내외 발주자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기획 전문가들을 통한 설계, 수주 시공단계가 서로 연결되고 유지관리 과정에서 새로운 프로젝트가 발굴되는 선순환 과정이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실적 위주의 기술자 양성이 아닌 다양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기업이 확보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예로 건설 분야가 아닌 타 분야 전문인력을 확보한 기업에게도 사업수주 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합리적이면서도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국내 건설산업 이미지를 세워 나가야 한다. 한국 건설업체들은 여전히 저가수주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적자인 공사를 완료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해외의 발주처에게 있어 국내건설사는 착하고 고마운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기업의 저가 수주로 인해 국내 건설산업의 이미지가 왜곡되고 있다. 이러한 원인은 사업수주를 최우선으로 하는 국내 건설산업의 비합리적인 풍토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정부는 해외 저가수주가 기업의 평가(주식, 신용도 등)에 부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건설업이 주택, 도로 등 공급 부족의 문제를 제기하고 대형 국책사업 참여 등을 통해 건설물량을 확보했던 예전의 성장정책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공공의 복지와 안전을 제공하는 서비스 공급자로서 그리고 해외 수요자에게는 타 국가와 차별화된 고부가가치의 건설로 인정받을 때, 국내 건설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발굴 될 수 있다. /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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