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이사철을 맞아 전세가격이 들썩일 조짐이 보인다. 특히 수도권 전셋값이 수상하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2월10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는 전주보다 0.28% 올랐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보면 두 달여 동안 1.70%가 올랐다.

수도권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2%, 지난해 연말보다 0.62% 각각 상승했다. 전세가 상승이 2~3배에 이른다는 얘기다. 전국적으로 전세가는 77주 연속 올랐다. 그 사이 전·월세 대책이라던 4·1 대책 등 4차례 처방전이 나왔지만 모두 비껴갔다.

정부가 전월세 가격을 잡을 능력이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생각이 없었던 것일까. 옆에서 보면 후자에 더 방점이 찍혀 보인다.

정부 관료들을 만나보면 흔히 하는 얘기가 있다. “우리나라 전세제도는 기형적이다. 세계 어디에도 없다. 월세로 가는 게 당연하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세제도는 예금이율이 높을 때 가능했던 제도로, 저금리 시대가 왔으니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최근 전세가 급등은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로 돌리면서 물량 부족이 발생한 까닭이 크다. 전세로 받느냐, 월세로 받느냐는 집주인의 권리다. 때문에 집주인이 임대료를 받는 방식에 대해 정부가 왈가왈부할 형편은 아니다.

문제는 시각이다. 전세를 보호해야 할 제도라기보다 없어져야 할 제도라고 생각하는 한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 매매가 활성화되면 전세가 내려간다든가, 전세가가 오르면 전세대출을 더해 주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소극적인 대응책이 제시될 수밖에 없다. 2006년 부동산 가격이 치솟을 때 정부는 ‘반드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메시지를 시중에 던져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부동산 가격이 비정상적’이라는 인식만큼은 심어 줬다. 2008년 이후 집값이 조정기에 들어간 데는 폭등한 집값에 대한 경계심도 포함됐던 게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전세제도가 사라지고 월세로 급격히 바뀌면 부동산 시장은 정상화될까? 그럴 것 같진 않다. 월세제도 전환의 가장 큰 우려점은 내수위축이다. 월세는 집가격과 보증금에 따라 다르지만 수도권 아파트라면 월 70만~80만원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고가 아파트라면 월 100만~150만원도 많은 액수가 아니다. 이런 돈을 내고 월급쟁이가 살기는 쉽지 않다.

월세만큼 지출이 줄어든다. 지출이 준다는 얘기는 소비가 준다는 뜻이고, 소비가 준다는 것은 내수가 위축된다는 의미다. 내수위축은 경기부진을 부른다. 불황 속 부동산이 잘될 리 없다.

부동산 시장에 직접 미치는 영향도 크다. 전세는 ‘보증금’이지만 월세는 ‘비용’이다. 즉 2년이 지나면 전세는 목돈으로 세입자에게 반환되지만 월세는 남는 게 없다. 반환받은 전세보증금은 내 집을 마련하는 데 종잣돈이 됐다. 전세보증금에다 한두 푼 모으면 집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전세가 사라진다면 목돈을 모을 기회도 사라져 주택구매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 전세시장의 월세 전환을 ‘당연하다’며 방치하기 두려운 이유다.

정부로서는 전세제도를 최대한 끌고나가는 게 여러모로 유리할 수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3월 전셋값이 폭등하면 정치적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때는 면피성 대책이 주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는 경제적인 차원에서, 부동산경기의 정상화 차원에서 정부가 심도 깊은 고민을 해 보기를 권한다. 시장은 그래야 먹힌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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