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건설·신축·시공·규제 중심에서 해외건설·유지보수·융복합 중심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를 고려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2010년 -3.7%, 2011년 -5.0%, 2012년 -1.5%’.
이 수치는 최근 3년간 건설투자 연평균 증가율로 침체된 국내 건설산업을 단편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국내 건설산업의 침체는 경기불황, 복지예산의 확대 등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력 및 제반 여건이 과거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진입하여 건설 관련 투자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향후에도 이러한 건설 관련 투자의 비중은 감소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제는 이러한 여건 변화에 따른 국내 건설산업의 환경변화를 전망해 보고 이에 대응한 중장기적인 건설정책의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건설산업의 주요 환경변화 요인을 미리 살펴보면 첫째,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의 시대를 지나 안정성장 단계로의 진입을 들 수 있고, 이에 따라 건설산업도 성숙기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경제발전 초창기에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 빠르게 건설산업이 성장했지만 이제는 추가적인 건설산업의 성장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세계경제 시장의 글로벌화가 가속화하고 있으며, 최근 개발도상국의 산업화·도시화로 인해 세계 건설시장 규모는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수주 노력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건설기술과 산업 간 융복합화는 위기의 건설산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새정부의 ‘창조경제’론과 맞물려 건설산업 구조를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넷째,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인해 건설산업의 수직적 원·하도급 관계에서 수평적인 관계로 변화가 요구되고 있으며, 공공 중심 개발에서 민간투자유치를 통한 공정한 시장경쟁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건설환경 변화로 인해 건설산업 역시 중요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며 그 대응 방안도 고민할 시점이다.

가장 큰 변화는 한국경제가 인프라 구축을 통해 성장을 해나가는 고도성장의 시대를 지나 안정성장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산업도 성숙기에 진입하고 있어 신규 사업 물량이 감소하는 반면 그간 구축해 놓은 인프라 사업들에 대한 유지 보수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됨으로써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건설시장은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 건설시장은 세계화로 인해 개발도상국 및 신흥국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별 해외시장 진출 확대 및 업종의 다양화, 인력 및 조직의 보강 등을 통한 시장선점이 필요하다.

2009년 이후 복지수요의 증가로 SOC 예산은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어 정부는 민간투자사업 활성화를 통해 SOC사업을 추진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제도하에서는 정부와 민간 모두 적정한 수준을 찾기 어려우며 이는 원활한 추진에 장애가 된다. 따라서 사업구도 및 추진방식의 다양화를 통한 민간의 관심을 높이고 사업범위도 그간 추진해 왔던 도로, 철도 등 대규모 기반시설에서 국민생활과 밀접한 교통인프라, 주거환경개선 등의 생활밀착형 SOC 투자로 전환이 필요하다.

건설산업의 성장방식도 과거 노동·자본 투입 확대를 통한 양적인 성장에서 기술혁신 및 첨단기술과의 융복합 등 창조경제를 통한 다양한 건설 상품을 개발하여 신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신자재, 신공법 등 기술의 혁신은 건설산업의 정보화, 자동화를 촉진하여 산업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또한 경제 민주화를 통해 서열화·계열화된 업역 체계에서 벗어나 시공과 설계 운영 등을 통합해서 수행하는 탄력적인 발주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처럼 과거에는 국내건설 중심, 신축 중심, 전통·공공 SOC 중심, 시공 중심, 규제 중심이었다면, 안정성장과 세계화, 남북통일, 창조경제, 경제민주화 등의 환경변화로 인해 미래에는 해외건설 중심, 유지보수 중심, 생활밀착형·민간 SOC, 엔지니어링이 주도하는 융복합, 시장기능 중심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건설산업 정책은 건설 환경의 변화와 이로 인한 건설산업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고도 성장기의 제도와 관행에 머물러 있다. 발주방식은 기술경쟁보다는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입낙찰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상황에 따른 다양성이 부족하다.

또한 외환 위기 이후에도 건설업체 수는 꾸준히 양적인 성장을 해 왔지만 시공능력평가기준, 지명경쟁입찰, PQ의 변별력 미흡 등으로 질적인 성장이 아쉬운 상황이다. 이외에도 발주자-원도급자-하도급자로 이어지는 건설생산체계 부실 문제, 획일화된 공공 발주체계 문제, 통합적 유지관리 체계 부재, 민간투자 유인체계 부재, 해외건설 성장동력 부재 등 다양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건설투자 축소, 건설산업 생산체계 변화, 유지관리 시장 확대, 평가 및 입낙찰제도 보완,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해외건설사업 진출 등 시급한 주제별로 건설 환경 및 패러다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야 한다. 기존의 성장기에 만들어졌던 건설산업의 각종 정책을 재정비하고 변화되는 환경여건에 대응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주요 건설환경 변화와 그로 인한 패러다임 변화를 고려한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하중 국토연구원 건설경제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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