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강소기업들이 다수 출현해 세계 누비면  침체한 건설산업이 다시 한번 도약하고
 대규모 신규 고용 창출도 기대 가능,  그러자면 기술 혁신 통한 경쟁력 향상이 필수”

2013년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역대 최대인 655억 달러를 달성해 수주 규모 세계 7위의 건설강국으로 자리매김했고,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도 국내 건설사가 시공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활력은 예전같지 않다. 2008년 이후 국내 100대 건설사 중 절반 가까운 45개사가 워크아웃·법정관리·폐업된 현실은 산업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건설산업의 고용 수요도 크게 줄어 전국 대학에서 건축학과 및 토목학과를 졸업한 젊은이들은 전공을 살린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여러 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이겠지만 필자는 건설뿌리산업, 즉 단위업종별 전문건설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해 주목하고자 한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원청 종합건설사에서 파견되는 인원은 수십명에 불과하고, 수천 수만명의 인원이 분야별 협력사에서 파견된다. 그러므로 전문건설기술별로 글로벌 강소기업들이 다수 출현해 세계시장을 누빌 때 건설산업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시점이다. 관리조직인 종합건설사와 달리 현장 실행조직인 전문건설사들이 활성화될 때 대규모 고용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역대 최대 해외수주 실적에도 불구하고 해외건설협회 통계에 의하면 전문건설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곤두박질치고 있다. 기술집약적 고급기술 분야는 기술선진국에 밀리고, 노동집약적 보편기술 분야는 중국 및 동남아 등의 저임금 장벽에 막힌 결과이다. 전형적인 샌드위치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전문건설기업들이 기술력과 임금장벽을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력 및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쟁력 향상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내 건설시장의 침체에 따라 전문건설기업들의 상황은 어렵다. 재정적 영세성으로 기술 개발을 위한 여력이 많지 않다.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우수 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국가의 연구개발 지원도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다양한 전문기술별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소건설기업들을 육성할 지에 모든 건설 관계자의 역량을 결집해야 할 때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창조경제로 대표된다. 창조경제에서 추구하는 바를 요약하면 △중소기업의 주역화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 강화 △전통산업과 ICT(정보통신기술)  융합을 통한 기술혁신 등이다. 이러한 창조경제 정책은 건설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즉 창조경제가 지향하는 바들이 건설산업 안에서 성공적으로 실천된다면 기술집약적 건설강소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건설산업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보편적 기술의 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보편적 기술은 일반적으로 건설현장마다 사용되는 기술이며, 시장 규모가 크기에 기술혁신과 차별화를 통해 시장을 장악할 경우 큰 경제적 효과가 있다. 예로, 철근 또는 거푸집 설계 또는 공사는 현장에서도 저급기술로 분류되지만 기술 및 생산성의 혁신적 향상을 통해 기술을 선도할 경우 성공적인 세계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보편적 저급기술이지만 집중적인 투자와 기술개발을 통해 기술 혁신이 가능한 분야를 발굴해야 한다.

기술 혁신의 중요 수단 중 하나로 전통적 건설기술과 첨단 ICT 융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건설 분야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3D BIM 기반 설계 및 시공은 기계, 조선, 자동차 산업 등에서는 이미 일반화돼 있는 기술로서, 향후 건설산업의 기술력을 좌우할 중심축 중 하나이다.

ICT 융합 기술은 건설 분야의 획기적인 기술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기술선진국에 막혀 있는 기술집약적 설계,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창의적 ICT 융합 기술을 개발해 기술 장벽을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집약적 보편 기술 분야의 저임금 장벽은 ICT 융합을 통해 생산성을 임금 격차 이상으로 향상시킨다면 보편적 기술 분야에서도 세계시장 장악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영세성과 우수 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겪는 전문건설기업들이 기술 혁신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정부 지원을 포함해 건설 분야 연구개발 투자는 대부분 대기업과 학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기술 개발을 위한 재정적 어려움을 정부가 지원하고, 고급 인력 부재의 어려움을 학계가 함께 해 기술 혁신을 실현한다면 다수의 글로벌 건설강소기업의 출현과 세계 시장 진출, 그리고 대규모 고용 창출의 선순환 구조가 창출되고,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전문건설기업들이 건설산업의 주축을 이루는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국가성장동력산업으로 재도약하는 건설산업의 르네상스가 도래하리라 기대해 본다. /김치경 선문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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