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의 부동산시장은 강남 개발을 시작으로, 분당신도시, 판교신도시, 동탄신도시 등 경부축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여기에는 나름의 역사적 이유가 있어 보인다. “가난을 없애겠다”는 기치로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제개발을 위해 전후 급격하게 성장하던 일본과의 경제 협력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필수인 물류루트 마련 차원에서 1970년대 초 경부고속도로를 완공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로망인 강남은 경부고속도로 공사 과정에서 주택지구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후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국가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한일 간 경제협력은 연쇄작용하며 대한민국의발전을 이끌면서 물류루트인 경부축을 중심으로 강남에서 강남 주변으로 뻗어나가게 된다. 그러면 일본 경제가 쇠퇴하고 중국 경제가 부흥하는 역사적 흐름 속에 ‘경인축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지난 13일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재미 있는 자료를 냈다. 인천 주택시장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취급 받던 송도ㆍ청라ㆍ영종 경제자유구역의 주택 시장이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업체는 부동산 투자이민제 기준금액 하향과 영종도의 외국인 전용카지노 및 복합리조트 개발, 서울지하철 석남역 7호선 연장 등 각종 호재가 가시화되고 있음을 분석 근거로 들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청라지구의 가파른 집값 상승세. 청라지구는 지난해 2분기부터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해 4분기 아파트 시세가 처음으로 1000만원을 돌파했다. 올해 1분기 평균 매매가격은 1058만원. 지난해 1분기보다 무려 10.7%나 상승했다. 청라지구는 서울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주택가격이 저렴하고 서울 출퇴근도 편리해 젊은 직장인이나 신혼부부들이 몰려들고 있다.

또 지난해 인천공항고속도로 청라IC가 개통되고 올해 경인직선화도로 일부 구간이 개통되면서 교통체증도 크게 해소됐다. 서울 지하철 7호선이 석남역까지 연장(2018년 개통 예정)되고 인천 서북부의 GTX로 불리는 청라역도 다음달 21일 개통된다. 청라지구는 2, 3년 전까지만 해도 ‘미분양의 늪’ 또는 ‘어둠의 신도시’로 불렸다.

청라지구 못지 않은 영종도도 서서히 잠재력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우선 국내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전용 복합카지노가 허용되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7월에는 자동차회사인 BMW가 영종도에 국내 최대 드리이빙센터를 연다. 올해 말에는 공항철도 영종역이 들어서 서울과의 접근성이 훨씬 나아진다. 송도지구는 개발규모가 청라지구보다 5배나 큰 2500만평인 까닭에 주택시장 활성화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 국내외 유수 대학 캠퍼스 입지, 한중 교역 규모 확대에 따른 중국 자본과 인력 유입 등 개발 호재가 무궁무진해 중장기적으로는 서울에 버금가는 주거지구로 발돋움할 것이 예상된다. 다만 서울과의 접근성에 필수인 GTX의 경제성이 0.34로 생각보다 많이 낮은 점이 걸림돌이다.

주택가격은 시장 참여자들의 전체적인 수급, 개발호재, 국지적 변수, 국민소득 등 워낙 많은 변수들에 의해 결정돼 위에서 언급한 향후 전망이 맞다고 장담하기는 다소 부담스럽다. 다만 제안하는 바는 50년간 부동산 시장을 주도한 경부축만 고집하지 말고 경인축에도 관심을 가져보라는 것이다. 지난 50년간 경부축이 대한민국 경제를 선도해왔듯이 향후 50년은 경인축이 그럴 확률이 농후하니까.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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