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재해는 예방외에도 발생시 극복이 중요 ,  
대형건물 붕괴·산사태 등 사고가 터지면 장비와 이용법 등 응급 구호기술 패키지 필요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벽 허물고 머리 맞대야”

1993년에 292명이 사망한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 1994년에 32명이 사망한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에 사망자 501명과 실종자 6명이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202명이 사망한 대구 도시가스 폭발 사고, 1999년에 유치원생 23명이 사망한 씨랜드 화재 사고, 2003년에 사망자 192명이 발생한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등 계속적으로 국내에서는 대형사고 참사가 발생했다.

물론 해외선진국에서도 커다란 인명피해를 일으킨 대형사고 참사의 예를 볼 수 있다. 일본도 1955년 시운마루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과 교사 168명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1994년 9월 승객과 화물을 함께 싣는 ‘에스토니아호’가 발트 해에서 가라앉아 스웨덴 사람 550여 명이 죽는 사건이 일어났다. 1998년 독일에선 에쉐대(Esched)역에서 발생한 열차사고로 101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사고 후 이들 선진외국과 우리나라는 대처하는 방식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선진 외국은 대형참사를 겪고 나면 재해·재난에 대처하는 사회 안전시스템이 더욱 견고해져 국민들이 살기에 더욱 안전한 사회가 되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형사고 참사를 겪었지만 이러한 일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 후 21년이 지난 시점에서 2014년 4월16일 진도 부근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여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을 포함해 사망·실종자가 300여 명 발생했다. 

세월호가 침몰된 후 실종자 탐색과 구조를 위해 여러 가지 대책과 기술들이 제안됐다. 그중에 원격 수중 탐색 장비(ROV)와 다관절 해저로봇(크랩스터 CR200) 등 첨단장비가 투입되었지만 바다 탐사목적으로 개발된 이 장비로는 실종자 탐색과 구조에는 무용지물이었다. 결국 재해와 재난 관련 연구개발이 제대로 국내에서 수행된 적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이다. 

그러면 앞으로 우리 사회가 이러한 대형참사를 반복하지 않고 재해와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로, ‘위험’에 대한 인식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위험은 감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널리 전파돼야 한다. 21년 전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는 배에 탑승 정원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승선시켜 악천후에도 운행을 강행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도 선주가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돈을 벌려고 배에 과적을 하여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안전문화 캠페인’을 사회 전반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둘째로, 사고의 근본적 원인을 분석한 후 이를 해결할 기술의 도입 및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에스토니아호 침몰 사건 후 스웨덴 정부가 주도하여 배가 침수되더라도 뒤집히지 않고 가라앉지 않게 하는 선박안전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선박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켰다. 과거 우리나라처럼 사고와 관련된 고위급 관리 사표수리 및 선박회사 책임자 처벌로만 사고 수습이 끝나면 안 된다.

셋째로 재난ㆍ재해를 예방하는 기술과 함께 대형사고의 긴급구호를 위한 연구개발이 시급하다. 재난과 재해는 예방만으로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재해와 재난이 닥치면 이를 극복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특히 대형건물 붕괴, 산사태, 도로·철도 유실 등이 발생하면 긴급구호 할 수 있는 장비와 장비이용법 등을 종합한 응급 구호기술 패키지를 고안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재해·재난 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칸막이를 허물고 모여 각종 재해재난 발생 시나리오를 작성하여 어떻게 구호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재해재난 상황에 맞는 응급 구호기술 패키지를 만들어야 한다. 예로 2010년 칠레 산호세광산 붕괴사고 당시 33명의 매몰자가 세계 각국의 구호기술로 인해 69일 만에 전원 구조되었다. 광산기술자와 구조 전문가, 의료진이 구호작업에 참여하였으며 초소형 전화기선, NASA에서 제작한 특수 음식, 칠레 해군이 개발한 구조캡슐 등이 투입되었다.

재난ㆍ재해ㆍ안전기술은 대표적인 공공기술로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지만 불특정 다수가 혜택을 받는 기술이다. 국가R&D예산의 60% 이상이 산업생산 부문에 사용되고 재난ㆍ재해ㆍ안전 관련 R&D는 1.26%에 불과하다. 따라서 민간분야에서 재해와 재난 관련 R&D투자가 늘어나기는 어렵다. 따라서 공공연구기관인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이 분야에서의 연구를 확대해야 할 때이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는 기존의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를 통합하고 정부출연연구원 간의 칸막이를 제거해 대형 융·복합 연구를 장려하고자 한다. 이 시점에서 미래창조과학부는 민간이 맡기 어려운 응급구호패키지 기술을 포함한 재해·재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하지 않을까?   /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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