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이 첫 작품으로 부동산을 꺼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3일 밤 자택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금은 부동산이 한겨울”이라며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고 있으니 감기 걸려서 안 죽겠느냐. 언제 올지 모르는 한여름 대비해서 옷을 계속 입고 있으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최 후보자가 언급한 ‘한겨울 옷’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이다. 최 후보자는 지난 4월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역별, 연령대별로 주택담보대출비율, 총부채상환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월세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1년 늦추고, 연 2000만원 이하 월세소득자에 대해서는 주택 수와 관계없이 분리과세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임명 직전 주도했다. 사실상 최경환 경제팀이 주도한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말이다.

경제팀이 새로 꾸려지고 시중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특명이 떨어지면 부동산규제부터 손을 댔다. 이번에도 그 공식을 비켜 나가지 못했다. 확실히 부동산과 건설산업이 내수경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왜 경기진작에 대한 책임을 부동산이 매번 져야 하는지.

부동산도 실물경제의 한 분야다. 기본적으로 다른 경제부문들과 같은 움직임을 보일 수밖에 없다. 물건이 잘 팔리고, 소득이 높아지면 부동산도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고, 그 반대라면 부동산도 위축된다. 지금처럼 경제성장률이 침체된 상황에서 부동산만 나홀로 활황일 수는 없다. 부동산만 잘나간다면 그것은 버블에 가깝다.

금융규제를 풀고 세금을 깎아 주면 부동산이 확실히 살 것인지도 의문스럽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부동산시장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 보고서를 보자. 일반 시민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7.2%는 “부동산시장 활성화대책이 별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경기회복 등 근본적 문제 해결이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43.6%로 가장 많았다. 또 ‘부동산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도 30.5%나 됐다. 주택을 구입할 때 고려해야 하는 여건으로 ‘저리의 담보대출이 가능할 때’를 꼽은 사람은 10.1%에 그쳤다.

세금을 깎아 주고,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면 단 한 채라도 거래가 늘어날 것이다. 문제는 그 대가로 치러야 할 다른 사회적 비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LTV를 10%포인트 올려주면 주택가격은 0.7% 상승하지만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대출은 2%포인트나 증가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상태다. 집값 상승이 가계부채 상승을 못 따라 간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당장은 경기진작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 부담은 다음 정권이 쥐게 된다. LTV, DTI를 손대는 데 대해서 벌써부터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반대하고 있다. 적지 않은 사회갈등비용도 치뤄야 한다.

부동산 규제완화가 새 경제팀의 첫 번째 미션이 될 정도로 중요한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보다는 더 중요한 경제정책을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섣부른 부동산 금융규제완화가 소탐대실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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