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자·사업자 모두 이익 공유가 착한 가격,  법으로 실적단가 의무적용은 국제기준 안맞아
 건설업이 살려면 혁신 통해 생산가 낮추는 것, 현장 공사관리방식 바꾸는 게 당분간 해답”

건설업계와 일부 정치권에서 실적공사비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공공공사에 50% 이상 거품론을 주장한다. 50%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과 업계가 공멸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되었다는 주장은 양립할 수 없는 극단에 있다. 국내 건설공사에 착한 가격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한국은행이 2012년 기준 건설산업의 채산성 데이터를 발표했다. 영업이익률 0.2%(제조업 5.6), 세전 이익률 –0.4%(제조업 6.1), 자기자본이익률 –11.9%(제조업 9.8)다. 오차를 인정하더라도 건설업은 분명 자선사업가 집단임이 틀림없다. 이 숫자는 일반건설업체 중심의 채산성이기 때문에 전문공사업체는 더 큰 고통을 겪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주자와 사업자 모두가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게 착한 가격이다. 발주자가 산정하는 예정가격의 기준인 실적단가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실적공사비제도 자체를 없애라는 주장이다. 일부시민단체는 공사 현장의 실작업 과정을 들어 50%가 거품이 분명하다는 주장이다.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보편적 사례보다는 가장 주장에 가까운 것만 내세운다. 다분히 입맛에 맞는 의도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국가계약법에 공사의 원가산정 방식과 기준에 문제가 있다. 원가는 생산자 고유의 몫이다. 발주자가 산정하는 예정가격은 추정가격일 뿐이다. 그러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발주기관이 구매가격 결정권을 가진 것은 보통의 경제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구조다. 법으로 강제해 실적단가를 의무적용토록 한 것도 글로벌스탠다드 시각에서 보면 이해될 수 없다.

예정가격에 신뢰성이 없기 때문에 기준이 되는 실적단가제도를 없애라는 주장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예정가격에 맞춘 생산가격을 그대로 지키겠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의 생산가격은 생산자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는 게 상식이다. 생산가격을 예정가격과 분리하는 생산성 혁신이 필요하다. 예정가격 산정에서 원가산정 방식을 없애는 방안도 필요하다. 해외공사처럼 발주자의 추정가격으로만 대체하는 것도 방법이다.

건설공사 생산성 혁신의 출발점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낭비부터 없애는 것이다. 미국의 20대 기업도 재설계·재시공 비율이 18%나 된다고 한다. 또한 현장기능공의 하루 8시간 중 50%인 4시간이 낭비되고 있음이 지적되고 있다. 낭비의 33%는 공사관리자의 계획부실이 원인이며 공종간 간섭사항이 제대로 되지 않아 후행 작업 지연으로 인한 대기 손실이 32%, 작업 절차 자체가 잘못된 것이 18% 등 작업시간의 83%가 낭비라고 한다.

1996년도에 필자가 직접 조사에 참여했던 건설현장에서도 기능공의 하루 작업 손실의 70%가 계획부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져 처방전을 내린 경험이 있다. 낭비 요인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손실액 상당 부문을 제거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건설공사의 낭비요인 제거는 여러 가지 중에서도 현장 작업관리 체계를 혁신시킴으로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크다. 다시 말해 숙련된 기능공보다 숙련된 작업감독관(공사감독관과는 구분)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에는 작업감독관을 양성하는 과정이 없다. 보편적으로 불리는 작업반장 혹은 십장은 현장근로를 통해 도제방식 길밖에 없다. 현행 방식으로는 유능한 작업감독관을 길러낼 수 없다. 작업감독관을 전문기능인으로 양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서울시교육청이 국토부와 협의해 2015년 3월에 국내 최초로 건설마이스터고를 개교하기로 했다. 건설마이스터고가 양성하고자 하는 마이스터는 기능마이스터를 넘어 작업감독관 양성에 목표를 두고 있다. 공종별 작업단위별 품질 확인은 물론 작업의 완성도를 검증하는 역량을 길러내는 데 질적 목표를 두고 있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이 졸업 후 현장에서 실무경험을 3~5년 정도 쌓게 되면 건설현장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재시공으로 인한 낭비 제거는 물론 품질 하자로 인한 애프터서비스 비용을 없앨 것이기 때문이다. 예정가격이 고정돼 있어도 생산가격을 낮출 경우 이윤을 그 만큼 높일 수 있다는 확신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건설시장에서도 예정가격이나 발주자의 추정가격이 올라갈 여지는 거의 없다. 건설업체가 생존할 길은 동종업체와는 다른 생산성 혁신을 통해 생산가격을 낮추는 길밖에 없다. 첨단기술이나 최고의 기술은 아니지만 현장의 공사관리 방식을 바꾸는 게 당분간 확실한 해답이라는 생각이다. 동시에 정부는 건설공사의 원가산정방식에서 벗어나 생산자의 기술과 관리 역량을 높이는 방식으로 입찰방식을 글로벌스탠다드화해야 한다.

설계자와 발주자가 공법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입찰자가 기술과 공법을 선택하는 방안으로 입찰방식을 변경해야 한다. 당분간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해외시장에서 더 큰 물량과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복남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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