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병 률
경향신문 기자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 때는 빠지지 않는 두 가지 정책이 있다. 부동산 관련 세금 인하와 금리인하다. 과연 부동산 관련 세금을 깎으면 부동산은 활성화될까. 금리인하를 하면 부동산에 약일까. 모든 정책은 승수효과(하나의 경제적 요인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몇 배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를 기대하며 펼친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구축효과(좋은 현상을 되레 밀어내는 현상)가 벌어질 때도 있다.

정부는 담배세 인상과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안을 발표했다. 담배세로 걷는 돈은 연간 2조8000억원, 주민세와 자동차세로 연간 1조4000억원을 더 걷게 된다. 세수가 부족하게 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부동산 관련 세금인하도 한몫했다.

이명박 정부 이후 부동산활성화를 위해 종합부동산세와 취·등록세, 다주택자의 양도세 등을 잇달아 내리거나 완화했다. 애초 부과대상이 6억원이던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은 9억원(1주택자)으로 상향조정했고, 세율은 절반으로 떨어뜨렸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사실상 폐지됐다. 취득세는 4%에서 1%로 내렸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는 아예 취득세가 면제됐다.

국회 분석을 보면 양도세 중과 중단으로 줄어드는 세수는 연간 1조5000억원, 취·등록세는 연간 2조9000억원에 달한다. 종부세도 연간 1조원 가량은 세수결손이 있다고 봐야 한다. 3가지 세목에서 줄어드는 세수만 연간 5조원이 넘는다. 당초 정부는 부동산 세금을 내리더라도 주택시장이 활성화되면 세수결손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어느 정도 효과가 없진 않겠지만 세수결손을 메꾸기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꺼내든 카드가 지난해에는 소득공제 축소였고, 올해는 담배세와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이다. 이렇게 세금이 늘어나면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부동산 구매심리는 위축된다.

금리인하도 마찬가지다. 금리가 낮아지면 주택담보대출을 빌릴 때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덩달아 예금소득도 줄어든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달 인하된 기준금리 인하분(0.25%포인트)만큼 시장금리와 예대금리가 하락하면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은 연간 2조8000억원이 줄어든다. 그런데 가계가 저축해 놓은 예금과 적금의 이자소득 감소액은 연간 4조4000억원으로 이자비용 감소분의 1.6배에 달했다.

소득계층별로 봐도 모두 감소했는데 5분위(소득상위 20%)는 9000억원 가량 소득이 줄어들었다. 4분위는 3000억원, 3분위는 2000억원씩 각각 연간 손해를 봤다. 주택을 살 여력이 있는 중산층에서 소득감소가 뚜렷하다는 말이다. 제 아무리 대출을 끌어당기더라도 일정액의 종잣돈이 있어야 한다. 종잣돈 모으기를 방해해서는 주택구매에 도움이 될 리 없다.

특정 분야 부양을 위해 세제를 동원하는 데 대해 회의적인 세법전문가가 많다. 세제가 다른 영역에도 미치는 영향이 커 생각보다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이다. 부동산정책도 예외 아니다. 세금을 깎아주기보다는 그대로 유지하되 이로 인해 더 걷어진 세수로 주택구입자에게 정부가 직접 지원해 주는 방안을 이들은 제안하고 있다.

예컨대 집을 사면 100만원의 세금을 절세해주기보다 현금지원해 주는 그런 형식이다. 금리 역시 무조건 인하보다는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부동산 살리기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세상은 달라졌는데 혹시 부동산 살리기 해법은 예전 그대로가 아닌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몇 년간 과거 정책을 답습했음에도 뚜렷한 성과가 없는 지금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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