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의 초점이 된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리턴’은 갑(甲)의 횡포, 이른바 ‘갑질’이 광범위하고, 악랄하며, 고질적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누리는 짓거리’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후진적 먹이사슬 구조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8일 취임식에서 ‘건전한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바로 이 같은 불공정의 적폐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는 절박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정 위원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과 원칙에 충실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비정상적인 거래관행을 고치고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여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드는 것이 지금 이 시점에 공정위에 맡겨진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공정한 거래가 곧 튼튼한 경제의 기초이기 때문에 불공정 적폐 근절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비슷한 시기,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이 대한전문건설협회(코스카)와 함께 건설 하도급 불공정 근절을 위해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지난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건설하도급 관련 4개 법률개정안(건설산업기본법·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공동 발의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우원식·김경협·김기준·홍종학·진선미 의원 등이 참석해 각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날 발의된 법안은 입찰부터 계약 종료까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찐득이 같은 갑질을 근절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들 법률 개정안은 계약체결 단계에서부터 종료 단계까지 건설하도급 불공정 관행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1년 정도의 준비를 통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대기업 종합건설사들의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이번 법률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와 이를 뒷받침하는 감독행정 강화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갑질 근절을 위해 법률 개정은 필수적이며, 그후에도 계속 관리 감독의 고삐를 죄야 한다는 얘기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달 4일 국회에서 열린 건설 불공정 하도급 근절을 위한 세미나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다. 당시 참석했던 11명의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입법노력을 강조했고, 그 결실을 위해 6대 건설하도급 불공정 행위 근절 법률개정안을 4명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이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의 말처럼 공정한 시장질서는 경제의 기초이다. 불공정 행위로 대표되는 갑질은 곧 경제의 기초를 좀먹는 적폐이다. 그래서는 발전이 있을 수 없고 늘 불안하고 위태롭다. 더 가진 자들의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률이 갖춰져야 하고 그 다음은 항시 깨어있는 관리 감독일 것이다. 불공정 행위 근절을 위한 법률 개정안이 반드시 처리돼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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