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은 무한경쟁에서 가장 큰 무기… 1998년 도입 이후 717건 지정됐지만 발주처 적용기피로 활용률은 50%대 그쳐, 기술이 제 역할하는 건설문화 만들어야”

전세계 초고층 빌딩은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그 중심에 우리 건설기업이 서 있다. 2008년 630m 높이의 버즈 두바이 타워에 이어 2016년 말이면 서울 잠실동에 ‘롯데월드타워’가 웅장한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게 되었다. 123층에 높이가 555m에 이르는 국내 최고 건물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초고층 빌딩 6위에 오를 예정이다.

이러한 초고층 건설산업에 우리나라 건설회사의 활약이 두드러질 수 있는 까닭은 여러 새로운 신기술들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초고층의 엘리베이터도 계속 발전을 거듭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1930년대에 지어진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443m) 빌딩 엘리베이터 속도는 초속 7.1m/s(초당 이동거리)였지만 이로부터 86년 후인 2016년 완공되는 중국 광저우 CTF 파이낸스센터(530m) 빌딩에 설치될 엘리베이터는 초속 20m/s에 달한다. 이러한 건설관련 개별기술의 발전이 초고층 건설의 발전에 촉매가 됐으며, 우리 초고층 건설 발전의 하나의 밑거름이 됐다. 

최근 건설산업은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외국기업의 높은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고 있는 선진 업체와의 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레드오션 시장에서 우리 건설업체가 갖추어야 할 가장 큰 경쟁무기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그것은 바로 새로운 건설신기술을 개발해 노하우 확보와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건설기술의 전반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건설신기술을 1998년에 도입하고,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주도로 지난해 말까지 717건을 지정해 누계 활용실적 4만여건, 금액으로는 약 8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건설신기술의 적용건수의 감소는 물론 저변확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활용률 조사에서 50%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신기술활용시스템을 이용해 약 5000여건의 건설신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우리는 보다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 조성과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우리는 건설신기술의 활성화를 위해 국가계약법에 건설신기술로 지정된 기술은 제한경쟁 또는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법제화했다. 그래서, 기업체가 많은 경비와 노력을 들여 개발하고 인증을 받은 신기술이 시장에 빠르게 보급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에 대해 오히려 발주처가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 운운 하면서 신기술 적용을 꺼려하고 있는 곳이 여러 곳이 있다고 한다. 이는 신기술 인증의 원래 취지에 부합되지 못한 내용이며, 기술선진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건설산업의 부양을 위해 만들어진 육성책 또는 지원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라 보여진다.

따라서, 국토교통부가 직접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실행이 집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교육시키고, 모범사례를 전파해야 건설신기술 적용 확산이 가속화될 것이다. 또한 건설신기술의 저변확대를 위해 건설신기술 전시관을 1년 내내 운영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지금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에서도 1년에 한 번씩 국가연구와 함께 신기술을 소개하고 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도쿄에서 1시간 거리에 건설신기술 전시관을 만들어 항시 새로운 기술을 건설관계자에게 보여주고 적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off-line 전시관과 동시에 on-line 전시관을 동시에 운영함으로써 물리적 또는 사이버상의 전시관을 통해 기술이 널리 전파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 연구에서 개발된 기술에 대해선 건설신기술로 보다 용이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제안하고 싶다. 많은 예산을 들여 수행된 연구결과가 현장적용실험을 통해 검증되고 있어 다른 어떤 기술보다도 신뢰성이 높은 기술들이라고 여겨진다.

우리가 새로운 기술중심의 건설기업의 역량을 키우고 기반을 조성하고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개발을 지원한다면 한국 건설산업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과거 규제나 구태의연한 관행을 타파하고 새로운 기술들이 마음껏 꽃을 피울 수 있는, 즉 새로운 아이디어를 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한국 건설산업은 제2의 도약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심에 건설신기술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하며, 기존 발전 모델과 다른 다양한 새로운 건설신기술들이 적용될 수 있는 건설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준호 계명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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